세기말 감성, Y2K 패션이 돌아왔다

Y2K 패션을 즐기는 Z세대의 모습 ⓒ 짜잔씨|ⓒ 진진

2000년대 초를 풍미한 Y2K 패션이 돌아왔다. Y2K는 ‘Year to 2000’의 ‘Year(년)’와 1000을 뜻하는 ‘Kilo(킬로)’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로, 즉 2000년대를 뜻한다.

 

Y2K 패션 재유행의 징조가 보였을 때, 일각에서는 이를 두려워했다. Y2K 패션에는 일명 7부 바지라 불렸던 카프리 팬츠, 골반에 겨우 걸친 로우라이즈 등 아무나 소화하기 힘든 난해한 아이템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Y2K 패션이 이토록 난해했던 이유는 ‘세기말’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있다. 당시 세간에는 2000년이 되면 연도 표기 문제로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키게 되어 사회적인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밀레니엄 버그’라는 괴담이 만연했었다. 혼란했던 사회적 분위기를 떨쳐내고자 함인지, Y2K 시절 패션들은 그 어떤 시대보다도 화려하고 과감하다. 극단적으로 줄이거나 늘린 핏,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메탈릭 소재, 형형색색의 메이크업 등 ‘가히 실험적이다’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이 감성으로 통했던 시절이다.

 

과감하고, 난해한 컨셉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는 Y2K 패션이 ‘패션의 20년 주기설’에 딱 들어맞듯 2023년 패션 트렌드에 자리 잡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Y2K 패션의 과감하고 독특한 스타일링이 개성을 추구하는 Z세대의 주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Y2K 패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건, Y2K 당사자였던 X세대가 아닌 Z세대이다. Z세대는 새롭고, 독특하고, 남달라 보이는 것에 주목하는데, Y2K 패션이 그들에게는 키치하고 힙해 보였던 것이다. 딱 달라붙는 벨벳 트레이닝 수트, 화려한 스팽글과 펄, 핫핑크색 셋업 코디 등 파격적인 Y2K 패션 스타일은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Z세대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Y2K 시절 아이템 캠코더와 헤드폰 ⓒ 짜잔씨

‘키치&힙’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Y2K 트렌드는 패션뿐만 아니라 당시 사용했던 아이템들도 함께 주목시키고 있다. 캠코더, 똑딱이 카메라, 폴더폰, 헤드폰, 키링과 같이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모든 것들이 Z세대 사이에서는 ‘남들과는 다름’을 어필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현시점 패션계 메가 트렌드인 Y2K를 겨냥하여 국내 패션 브랜드들 또한 이에 주목하며 매 시즌마다 Y2K를 재해석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여파로, 밀레니얼 세대의 패션 아이템들이 최근 Y2K 트렌드를 타고 전격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이른바 레저랙션 패션(Resurrection Fashion·부활 패션) 현상 또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과거의 인기를 구가했던 브랜드, 그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Y2K 패션에 신선함을 주는 브랜드들이 뒤섞이며 2023년인 지금도 Y2K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화려한 부활, 돌아온 Y2K의 전설

돌아온 잠뱅이의 Y2K 스타일 PICK ⓒ 잠뱅이

미국 하이틴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2004)>, 2000년대 메가 히트 드라마 <풀하우스>, 반윤희 패션 등으로 현재의 3040 세대에게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패션 아이템들이 최근 Y2K 트렌드를 타고 전격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니와 캡 모자를 활용한 코디, 와이드핏의 데님 숏팬츠, 복고풍의 크롭 티셔츠 등 X세대에게 친숙했던 스타일링들을 요즘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청청패션'의 부활 ⓒ 잠뱅이

레저렉션 패션에 대해 얘기할 때, 토종 청바지 브랜드 잠뱅이를 빼놓을 수 없다. Y2K 시절 ‘옷 좀 입는 X세대’에게 인기를 누렸던 잠뱅이는 최근 무신사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1020 소비자들에게도 어필되고 있는 대표 ‘밀레니얼’ 브랜드다. JEAN과 데님의 근본 브랜드 잠뱅이가 2023년 현재 다시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청청패션’의 부활이 있다.

 

 

Y2K 패션 중 단연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청청패션’은 실용성을 기반으로 데님 소재가 주목받기 시작한 19세기 이래로 지속적으로 부활하며 사랑받고 있다. 캐주얼 품목과 하이엔드 브랜드 컬렉션을 넘나드는 데님 소재의 무한한 스펙트럼으로, ‘청청패션’은 그 시절 나타내고자 하는 무드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청청패션’이 패션의 복고주의 경향과 함께 힙한 스타일링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데, 잠뱅이가 선보인 컬렉션에서도 트렌디한 ‘청청패션’을 볼 수 있다. 

 

 

잠뱅이는 데님 셔츠와 5부 카고 데님 숏팬츠를 매칭한 남성 룩과 버킷햇, 크롭 셔츠, 부츠컷 데님 팬츠를 통해 1세대 아이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여성 룩을 선보였다. 동일한 톤의 데님을 매칭한 스타일이 많았던 Y2K 시절 ‘청청패션’과는 다르게, 잠뱅이는 다양한 데님 소재와 컬러를 믹스 매치하여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청청패션’을 선보였다. 

올여름, ‘청청패션’을 도전해 보고 싶다면 클래식함과 트렌디함을 한 번에 갖출 수 있는 잠뱅이의 Y2K 룩을 추천한다.

INFO

잠뱅이(JAMBANGEE) 방이점

운영

10:00 ~ 20:00 (일요일 정기휴무)

주소

서울 송파구 양재대로 71길 1-18 1층

문의

02-412-0584

인스타그램

Z세대의 키치함으로 새롭게 태어난 Y2K

ⓒ 준준스페이스

성수동, 홍대를 거닐다 보면 2000년대와 2020년대 무드가 어우러져 Y2K 패션 아이템을 세련되게 재해석한 스타일링이 이목을 끈다. 어떠한 것이든 본인만의 스타일로 표현해 내고자 하는 Z세대의 특성이 반영되어 Y2K 패션의 역사는 새롭게 쓰이고 있다.

 

최근 핫한 스트릿 브랜드들도 Y2K 패션 아이템들을 각 브랜드의 무드에 맞게 각색하여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오프라인 편집숍 하고하우스(HAGO HAUS)를 추천한다. 마뗑킴, 보카바카, 빈티지헐리우드 등 국내 유망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선보이는 하고하우스에서는 의류 제품부터, 가방, 액세서리까지 Y2K 토탈 스타일링을 직접 시도해 볼 수 있다.

ⓒ 준준스페이스

하고하우스의 트렌디한 브랜드 라인업 중에서도 ‘BIG YOUTH’를 지향하는 준준스페이스는 비비드한 컬러감으로 Z세대의 키치하고 아기자기한 취향을 저격했다.

 

 

와이드한 핏과 맥시한 기장감, 밑단 스트링 조절 디테일로 시크함을 선사하는 라이트 바이올렛 컬러의 파라슈트 팬츠는 준준스페이스에서 가장 Y2K적인 아이템 중 하나다. X세대가 유년시절 열광하던 아이돌 그룹 핑클, SES가 살아 돌아온 듯한 스타일링으로, 요즘 가장 힙하다는 성수동 영에이지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스탠다드 룩이다.

 

 

최근 블랙핑크 제니, 뉴진스의 뮤비 속에 등장한 블록코어 패션 아이템인 축구 유니폼 스타일의 티셔츠 또한 Y2K 감성과 맞물려 급부상 중으로, Y2K 시절의 와이드 7부 반바지와 함께 매칭하여 레트로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다.

INFO

하고하우스 (HAGO HAUS) 롯데월드몰점

준준스페이스 (JUNEJUNE SPACE)

운영

매일 10:00 ~ 20:00

주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몰 B1층

인스타그램

* 준준스페이스는 하고하우스 롯데월드몰 입점 브랜드이다.

ⓒ 짜잔씨

Y2K가 Z세대의 눈길을 끌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Y2K 시절 속 사람들이 패션을 대하는 자세에 있다. 패션은 자신감이라 했던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본인만의 개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그들의 남다른 자신감이 Z세대로 하여금 Y2K 패션에 매력을 느끼게 한다.


X세대와 Z세대, 세대는 서로 다르지만 결국 자신만의 취향을 마음껏 드러내고자 하는 그들이 패션을 대하는 마음은 같은 곳을 향해 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 속에서, Y2K 트렌드는 과거에도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 SPECIAL THANKS TO

많은 도움주신 짜잔씨님과 진진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짜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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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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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잠뱅이, 준준스페이스, 짜잔씨,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