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감성의 위스키 바 

라이언하트

폴로 랄프로렌 매장에 온 듯한 분위기의 ‘라이언하트’는 잠실 위스키 바를 검색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다. 라이언하트라는 이름은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사자 캐릭터에서 따왔다. 극 중 사자는 겁쟁이었지만 여행을 통해 용기를 얻고 강인한 사자가 된다. 라이언하트는 손님들이 영화 속 사자처럼 ‘바에 대한 낮섦을 떨쳐내고 친근한 경험을 통해 바 문화를 즐겼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으로 지은 이름이다.

폴로 랄프로렌 체크 수트와 머그잔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한 매장 콘셉트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바 마스터가 폴로 랄프로렌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두 브랜드의 지향점이 매스티지(Masstige, 고급품을 일반 대중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경향)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라이언하트는 바 문화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위스키의 대중화를, 폴로 랄프로렌은 상류층 스타일의 대중화를 이뤄내고 있다. 

대중화의 일환으로 다른 바에서 보기 드문 시음회도 개최한다. 목적은 단순하다. 위스키는 종류가 많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이다 보니 여러 위스키를 하나씩 음미하며 맛보기 쉽지 않다. 매장이 바쁘면 한잔의 위스키가 가진 매력을 손님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시음회는 특정 주제가 정해져 있어 위스키에 대한 정보와 특징을 심도있게 전달하고, 손님들도 위스키를 쉽고 자세히 알 수 있어 좋다. 라이언하트는 음식에도 진심이다. 라이언하트의 아메리칸 스테이크와 파스타는 레스토랑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들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이유도 손님들이 바를 좀 더 친숙하게 느끼도록 만들고 싶어서다. 맛있는 안주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접근성이 더 좋아질 테니 말이다. 포멀함과 캐주얼함의 적당한 밸런스, 맛있는 음식이 함께하는 라이언하트는 부담 없는 서비스와 아늑한 분위기로 누구나 방문하기 좋다.

INFO

라이언하트

운영

월-토 18:00~01:00, 일 휴무

주소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284

메뉴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200g) 39,000원,  스모키 갓파더 칵테일 20,000원, 글렌모렌지 넥타도르(글라스) 20,000원, 달위니 15년(글라스) 16,000원, 산토리 하쿠슈 12년(글라스) 2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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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과 메뉴판이 없는 아지트 같은 바

판테라

잠실새내 골목에 위치한 작은 바 판테라는 간판이 없고 단출하게 꾸민 공간 덕분에 아지트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판테라는 스페인어로 ‘표범’이라는 뜻이다. 표범처럼 눈에 잘 띄진 않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갖고 싶어 판테라로 이름을 정했다.

강렬한 이름과 달리 판테라는 그 어느 바보다 오붓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아지트처럼 아담한 공간 덕분에 바텐더와 손님의 거리가 가까워 술에 대한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칵테일에 관해 디테일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판테라는 테이블 없이 10개의 바 좌석으로만 운영하는데, 이 또한 아지트스러운 공간을 위해 의도한 것이다. 덕분에 취향에 맞는 위스키 추천은 물론, 즉석에서 칵테일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판테라의 재밌는 점은 메뉴판이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이미 단골들에게 널리 알려진 칵테일과 위스키가 많아 굳이 메뉴판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또 하나는 칵테일에 대한 자신감이다. 처음 방문한 손님의 경우 취향을 말해주면 그에 맞춰서 칵테일을 제조한다. 메뉴판을 두지 않고 커스터마이징 칵테일을 완성해 최적의 맛을 찾아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이들의 계산이다.

판테라는 창의적인 칵테일로 정평이 난 곳이다. 시그니처 칵테일 중 하나인 ‘들기름 막국수’는 실제로 들기름이 들어간다. 들기름 막국수를 술로 표현하면 이런 맛이 날 거라고 상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한번 맛보면 그 묘한 맛에 계속 끌린다고. 판테라 블러디 메리도 있다. ‘블러디 메리’는 술, 토마토 주스, 우스터 소스, 마늘, 고추냉이, 샐러리, 후추 등을 첨가해서 만든 미국식 해장 칵테일이다. 판테라는 직접 만든 토마토 주스, 레몬그라스, 타마린드, 다시마, 버섯 등을 우려낸 채수를 칵테일에 넣었다. 미국식 해장 칵테일을 본인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  ‘판테라 블러디 메리’는 위스키와 각종 칵테일을 즐기고 마지막 잔으로 마시면 좋다.

INFO

판테라

운영

월-토 19:00~03:00, 일 휴무

주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10길 24

메뉴

들기름 막국수 칵테일 20,000원, 판테라 블러디 메리 칵테일 20,000원, 글렌모렌지 오리지널 10년(글라스) 15,000원,  글렌그란트 12년(글라스) 15,000원, 휘슬피그 12년 올드월드(글라스) 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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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라이언하트’ 바 마스터 서영훈 & ‘판테라’ 바텐더 윤주영

라이언하트와 판테라를 이끄는 바텐더들과 위스키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GEEP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라이언하트 : 저는 서울 잠실에 있는 바 라이언하트의 마스터 서영훈입니다. 저희는 라이언하트와 해방촌 ‘올드나이브스’, 신용산 ‘볼드핸즈’까지 3개의 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판테라 : 잠실에 위치한 작은 바 ‘판테라’의 바텐더이자 매니저 윤주영입니다. 

두 분이 생각하는 위스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라이언하트 : 사람마다 생각하는 위스키의 매력은 가지각색이겠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매력은 기다림의 미학 같아요. 10년, 20년 뒤에 안 팔릴지도 모르는 술을 오랜 시간 숙성시키고 기다릴 수 있다는 게 참 낭만적입니다.

판테라 : 위스키가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풍미와 향이라고 생각해요. 싱글몰트 위스키도 매력적이지만 싱글몰트 위스키를 섞어 완성한 블렌디드 위스키가 가진 매력도 분명히 있거든요. 이렇게 무궁무진한 맛과 향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 매력적이에요. 위스키 증류소들의 개성과 역사도 알면 알수록 재밌고요.

요즘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 열풍이 대단합니다. ‘아재 술’의 대명사였던 위스키가 힙한 술이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라이언하트 : “시대가 많이 변했다”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팬데믹이 많은 상황을 바꿨어요. 전 세계에서 팬데믹 부양 정책으로 막대한 돈을 풀었고, 그 부작용으로 지금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오고 있죠. 위스키는 여기에 수혜를 입었다고 생각해요. 경제 불황기에 찾아오는 립스틱 효과(불황일 때 소소한 행복을 위해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것에서 유래된 말)가 작용했다고 봅니다. 결정적으로 유튜브의 영향력도 큽니다. 요즘 위스키 관련 유튜브 채널이 정말 많아요. 관심 있으면 누구나 위스키 영상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판테라 :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식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요즘 먹방, 쿡방이 인기잖아요. 점점 더 맛있는 걸 찾는 거죠. 그 덕에 미식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위스키도 자연스레 인기가 많아진 거 같아요. SNS 영향도 있다고 봐요. 위스키는 병 디자인도 멋있고 색깔도 예뻐서 사진 찍기 제격입니다.

이번 4월 GEEP의 주제는 ‘봄의 향기’인데요. 살며시 불어오는 봄 향기와 어울리는 플로럴 노트 위스키를 추천해 주세요.

라이언하트 : 가장 먼저 생각나는 보틀은 ‘글렌모렌지 넥타도르’입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디저트 와인 생산지인 소테른에서 가져온 오크통에 숙성한 위스키예요. 와인을 저장하고 운반했던 오크통을 사용해서 시트러스 계열의 맛과 꿀의 달콤함이 느껴지죠. 은은하고 상큼한 과일향도 납니다. 46도의 고도수 술인데 알코올 특유의 찌르는 향이 적어요. 두 번째는 ‘달위니 15년’입니다. ‘달달해서 달위니’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위스키예요. 달콤한 맛 뒤에 퍼지는 사과향이 일품입니다. 끝맛이 약간 고소한 것도 매력이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추천하면, 일본 남알프스에서 생산되는 ‘산토리 하쿠슈 12년’ 싱글몰트 위스키입니다. 소나무와 민트가 합쳐진 시원한 향이 특징이에요. 여기에 풋사과향도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하이볼로 즐겨도 훌륭한 풍미를 자랑해요.

판테라 : 저는 ‘휘슬피그 12년 올드월드’ 라이(호밀) 위스키를 추천합니다. 보통 플로럴한 노트의 위스키 요청을 받으면 싱글몰트 위주로 추천하는데요. 저는 좋은 라이 위스키들이 가진 풀향과 특유의 허브향이 좀 더 플로럴한 위스키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휘슬피그 12년의 경우 풀내음과 꽃내음이 잘 어우러집니다. 다음은 ‘글렌모렌지 오리지널’입니다. 글렌모렌지 오리지널은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한 위스키입니다. 버번 캐스크는 주로 미국에서 생산되는 버번 위스키(Bourbon whiskey)를 숙성시키기 위해 사용했던 오크통을 말합니다. 옥수수 베이스의 버번 위스키는 특유의 카라멜 맛과 바닐라향을 위스키에 더해줘요. 여기에 글렌모렌지 특유의 헤더 꽃향이 더해졌죠. 플로럴 노트 위스키를 추천할 때 빠질 수 없는 위스키입니다. ‘글렌그란트 12년’도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하지만, 가벼운 글렌모렌지와 다르게 무게감 있게 들어옵니다. 헤더 꽃향과 사과향이 같이 느껴져요. 전체적으로 플로럴 노트의 밸런스가 훌륭합니다.

위스키를 200%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라이언하트 : 전용 테이스팅 글라스에 따라서 천천히 향을 맡으며 음미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섞지 말고요.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게 제가 추천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만약 도수가 높아 마시기 불편하다면 조금 희석하는 건 괜찮아요. 빨대를 이용해 물을 몇 방울 떨어트리거나, 작은 얼음을 한 조각 넣는 거죠. 그럼 알코올 도수가 낮아져 한결 마시기 쉬워요.

판테라 : 제일 먼저 눈으로 즐기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잔에 따르고 마시기 전에 색을 보며 맛을 상상하는 것도 재밌습니다. 다음엔 향을 맡으며 위스키의 첫인상을 느끼고, 마시면 됩니다. 그냥 마시지 말고 약 5ml 정도의 위스키를 입안에서 굴리세요. 입안을 코팅한다는 느낌으로요. 그렇게 굴리다 보면 숨어있는 맛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목 넘김 후 숨을 내쉬며 올라오는 향도 즐기세요. 잔향이 사라지면 물을 마셔 입안을 정리하고 다음 잔을 마십니다.

마지막으로 위스키와 페어링하기 좋은 안주를 추천해주세요.

라이언하트 :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위스키는 버터를 올린 토스트, 달콤한 디저트류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마들렌, 휘낭시에, 와플, 초콜릿, 케이크, 호두정과, 아이스크림 등 어울리는 게 너무 많습니다. 달콤한 버번 위스키, 스모키한 피트 위스키는 디저트류보다 스테이크와 페어링이 정말 좋고요.

판테라 : 사실 물이 가장 좋은 안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꼭 페어링한다면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이 가장 좋아요. 단맛을 원한다면 파베 초콜릿을 추천해요. 파베 초콜렛과 함께 즐기면 위스키의 새로운 풍미 느낄 수 있습니다. 올리브도 좋은 안주입니다. 올리브의 담백한 맛은 알코올의 쓴맛을 효과적으로 완화시켜줍니다. 풍미를 해치지 않고 다양한 맛도 끌어내죠.

사진 제공 / 라이언하트, 판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