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오싹한 한국형 판타지물

극락왕생

ⓒ고사리박사 (자료 출처 : 카카오페이지 웹툰) 2022.06.09 기준 63화 연재

줄거리

비 오는 날 합정에서 당산으로 넘어가는 지하철 2호선에만 나타나는 귀신이 있다. 자신이 보이는 인간에게 다가가 체리필터의 ‘낭만 고양이’를 불러 달라고 애원하는 일명 ‘당산역 귀신’ 박자언은 지옥도로 끌려가던 중 불보살의 자비로 인생의 가장 중요했던 한 해를 다시 사는 기회를 얻는다. 지옥의 호법신 ‘도명존자’와 고3으로 환생한 자언이 기묘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윤회의 끝 ‘극락왕생’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물이다.

 

꿀잼 포인트 

1. 불교 윤리를 토대로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세계관을 엮은 탄탄한 스토리와 불교 미술을 공부한 작가가 입체적으로 묘사한 한국 전통 귀신들의 실감나는 모습은 극락왕생에 푹 빠지게 만드는 몰입 요소다. 어두운 밤 휴대폰 화면 빛에 의지해 웹툰을 읽다 보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하게 될 것이다.

 

2. 고3으로 환생한 자언은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풍경, 자신의 감정에 치중하느라 살피지 못했던 타인의 마음을 발견한다.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삶의 가장 소중한 순간들을 만나는 주인공을 보며 우리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작품의 따듯한 온기가 무심히 위로를 건네며 ‘힘들지만, 그래도 살고 싶다’는 의욕이 솟게 만드는 건 덤이다.

에디터’s Pick 명대사 – 3화 신발도둑 中

“등 뒤로 감춘 손에 마음이 아파 연고를 발라주며 우는 엄마. 그 서늘하고, 따끔하게 움츠러드는 감촉, 부드러운 손가락. 일요일 오후 현관으로 비스듬히 쏟아지던 햇볕. 현관을 떠도는 오래된 먼지 냄새. 구두약 냄새. 아래층 베란다 밖의 새소리… 이 순간을 아마 나는 평생 기억할 것이다. 이 순간으로 아마 나는 평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중략) 우리는 마주 보고 앉아 거울처럼 훌쩍거렸다. 배가 고파져 웃음이 나올 때까지. 기억하건대 따듯하고 좋은 것에 눈물을 흘려본 최초의 경험.”

웃고 울고 또 웃는 우리네 인생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자료 출처 : 네이버웹툰) 총 469화

줄거리

2004년 5월 4일 ‘쁘띠쇼콜라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첫 화를 시작한 <낢이 사는 이야기>는 오랜 세월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일상툰이다. 작가의 대학 생활을 그린 시즌 1부터 독립과 직장 생활을 주제로 한 시즌 2, 결혼 준비 과정이 담긴 시즌 3과 결혼 이후의 삶을 소재로 다룬 시즌 4까지, 곳곳에 웃음 포인트가 가득하고 등장인물들의 소박하고 정겨운 일상이 공감을 자아낸다. 

 

꿀잼 포인트 

1. 주인공 ‘낢’과 가족들, 반려묘 3인방(웅이, 뚱이, 맹이. 웅이는 2019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이 동글동글한 그림체로 표현되어 무척 귀엽다. 앙증맞은 캐릭터가 가끔 감정적으로 폭주하는 상황이 그려질 때, 표정은 리얼해지고 감정 묘사는 극대화돼 웃음이 배가 된다.

 

2. 11년에 걸쳐 연재된 생활툰 시리즈인 만큼 자연스레 변하는 낢의 모습에서 그때그때 처한 현실에 따라 달라지는 고민과 걱정이 등장한다. 누구나 겪었던 상황과 삶의 희로애락에 깊이 공감하며 울고 웃다 보면 작가와 함께 찐한 추억을 나눠 가졌다는 동지애마저 느낄 수 있다. 

에디터’s Pick 명대사 – 시즌 4, 433화 구김살 부부 中 

“누구나 구김살이 있고 마음의 상처가 있고 정서가 불안하다. 외모 때문에 돈 때문에 능력 때문에 가정 환경 때문에 구김살이 생기기에 너무 쉽게 생겨 먹은 세상…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세뇌당하고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숨길 수 있는 한 숨겨보는데… 한 사람한테는 덜 숨겨도 되게 되었다. 비슷한 구김살의 정서를 공유할 수 있어서 수많은 구김살 중 일부를 이 사람이 알아줘서 위로가 된다.”

미스터리한 편지로 시작되는 기적의 순간

연의편지

ⓒ조현아 (자료 제공 : 손봄북스) 총 12화

줄거리

왕따인 친구를 감싸려다 표적이 되어 집단 괴롭힘을 당한 중학생 ‘이소리’는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 간다. 트라우마와 긴장 속에 맞이한 등교 첫날, 우연히 책상 밑에 숨겨진 의문의 편지를 발견하고 편지의 발신인을 알기 위해 다음 편지를 찾는 추적을 시작하는데… 소리와 함께 편지를 찾아 나서는 동순’, 미스터리 발신인까지 세 친구의 마법 같은 우정의 순간이 풋풋하게 담겨있다. 

 

꿀잼 포인트 

1. 열 개의 편지를 찾아 나서는 소리와 친구 ‘동순’의 모습은 잊고 지냈던 학창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영원할 줄만 알았던 어린 시절의 여름날, 어리고 순수했던 우리가 과거에 두고 온 반짝이는 순간들이 마음속에 피어날 것이다. 

 

2. 서정적인 그림체와 잔잔하면서도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는 짧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왜 ‘여름 특선 단편’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널리 사랑받는지 알 수 있을 만큼 풋풋한 여름 향기와 단편의 묘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에디터’s Pick 명대사 – 다섯 번째 편지 中 

“기적을 만들려면 생각보다 훨씬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 그래서 어느샌가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 아픈 사람을 치료하거나 하늘을 날게 된 것도 마찬가지야. 그게 당연하고 시시하게 여겨지는 순간 기적이나 마법이 아니게 되는 거래.”

Photograph  /  G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