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 김수연

김수연은 옷을 만든다. 패션 에디터로 경력을 시작해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다 스타일리스트가 되었고, 어제와 다른 오늘을 보내기 위해 디자이너로 전향했다.
2021년 ‘올해의 아이템’은?

작고 가벼운 호보백(hobo bag)이 주목받은 한 해였다. 몇 년 전부터 인기였지만, 올해 비로소 대중화되지 않았나 싶다. 소재 역시 가죽부터 나일론, 데님, 부클레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시도가 이어지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럭셔리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테니스 팔찌, 선바이저(sun visor), 반집업 맨투맨과 같은 아이템도 크게 주목받았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남들과 다른 취향이 있다면?

옷을 만들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비율’이다. 그래서 어떤 형태든 아름답다고 느끼는 대상의 비율을 살피는 편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작은 라벨의 크기와 위치가 옷의 전체적인 느낌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조화로운 비율을 찾아 안테나를 세우고 다닌다.

자신만의 취향을 찾고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놀라움은 앎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선 매일매일 놀라움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름답다고 느낄 만한 대상을 항상 찾아다닌다. 최대한 많이 보고, 돌아다니고, 감상하다 보면 몇 가지 자극이 인상깊게 남는데, 그런 자극이 쌓여 나만의 취향이 된다.

디자이너에게 취향만큼 트렌드를 읽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트렌드는 여러 카테고리가 융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다방면의 지식을 쌓는 데 힘 쏟고 있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현상에서 비롯된 메탈 컬러 아이템과 기하학 패턴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이라는 키워드로 묶인 트렌드다. 요즘은 상품 자체보다 이러한 가치 소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최신 지식을 습득하고 적절히 해석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다가올 2022년 가장 눈여겨보는 아이템은?

체인벨트, 트위드 트랙 팬츠. 체인벨트는 벌써 많은 사람들의 옷장 안에 있을 수도 있겠다. 22년도 런웨이에 꾸준히 등장하면서 스타일에 특별함을 더해주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트위드는 꽤 고전적인 소재인데, 최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원 마일 웨어(one-mile wear, 집에서 1마일 권내에 착용하는 옷)화 되었다는 것이다. 트랙 팬츠, 맨투맨 등 일상복 소재로 다양하게 사용될 모습을 기대해 본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짧은 기장의 버터 색 부클레 코트를 꼽고 싶다. 2022년 키 컬러 중 하나인 버터 색이 두툼한 부클레 소재를 만나면 너무 예쁠 것 같다.

디지털 콘텐츠 에디터 김지혜

김지혜는 노는 걸 가장 좋아한다. 하고 싶은 것은 꼭 경험하고 도전해야 직성이 풀린다.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지인과 함께하길 즐긴다. 그리고 틈틈이 디지털 콘텐츠를 만든다.
2021년 ‘올해의 아이템’은?

‘올해의 장소’를 꼽아도 괜찮겠지? 최근 부산에 갔다가 보석 같은 LP 바를 알게 됐다. 소개하지 않고 나만 알고 싶은 곳이기도 한데… 바로 전포동에 위치한 ‘저스트 파라다이스’다. 호주에서 요리를 배운 사장님이 이끄는 곳으로, 음식부터 술, 공간, 음악 선정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서 한 번 들어가면 문 닫을 때까지 나오기 어려운 곳이다. 아마 올해 가장 큰 수확은 이 공간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잡지사 에디터로서 남들과 다른 취향이 있다면?

다양한 장르나 문화를 경험하길 좋아하지만, 나만의 취향은 없는 것 같다. 대신 한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그래서 어떤 작품이나 작가, 아티스트를 마주할 때 첫인상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취향이 없는 건 끊임없이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직업 때문일까?

꼭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성격 탓이지 뭐 (웃음). 직업 특성상 새로운 트렌드나 물건을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나만의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이야기 나누고, 직접 부딪히면서 느낀 내용을 토대로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더 재밌고 보는 사람도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트렌디함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확실히 말하면 트렌디해지려고 노력할 뿐 트렌디한 편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것과 재미있는 것을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니곤 한다. 이때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지인들과 함께 가는 것을 선호하는데, 여럿이서 가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고, 나 역시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인들과 좋은 추억 역시 덤으로 쌓을 수 있고.

다가올 2022년 가장 눈여겨보는 아이템은?

가장 먼저 사고 싶은 아이템은 2022 S/S 미우미우 컬렉션.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띄어서 하나쯤 갖고 싶다. 아, 미우미우 아이템은 복근이 반드시 있어야 예뻐서, 가장 먼저 가져야 할 건 복근이겠다.

브랜드 디자이너 나하나

나하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디자인 작업을 하며 보낸다. 요즘은 브랜드 디자인 디렉터로 고군분투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와 전시에도 꾸준히 참여한다. 휴일엔 자연으로 피크닉을 가거나 서점으로 향한다. 오래된 취미는 리그오브레전드(LoL)다.
2021년 ‘올해의 아이템’은?

LP 플레이어. 그동안 사고 싶은 음반이 많았는데 장식용으로밖에 쓸 수 없어 사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선물을 받아서 이제 LP 숍에 당당히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하나 더 꼽으면 발뮤다 커피포트와 아이스 볼 얼음 트레이까지. 커피포트는 선물 받았는데, 하루에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시는 나에게 정말 꿀 같은 아이템이다. 구슬같이 귀여운 얼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먹으면 기분이 정말 좋다.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남들과 다른 취향이 있다면?

남다른 취향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요즘은 취향도 유행이 되어가는 것 같달까. 나는 예전부터 좋아했던 건데 유행이 되면 내 취향이라고 말하기가 애매해지지 않나. 그래서 ‘이런 게 내 취향이다’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럼 나하나의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우연히 산책하다 발견한 돌의 질감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얻은 인사이트에서, 레퍼런스를 찾다가 발견한 이미지에서,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에서, 친구가 찍어준 필름카메라 사진에서.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것들로 인해 변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취향을 쌓아가는 편이다.

그래도 디자이너로서 트렌드를 좇아야 할 때가 있다면?

브랜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굳이 트렌드를 읽으려고 노력하진 않는다. 다만 시각 디자인 종사자인 만큼 인스타그램이나 잡지를 보며 최근 이슈와 많이 쓰는 색, 텍스처 등의 흐름만 파악한다. 오히려 트렌드를 보고 피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브랜드 고유의 이야기를 듣고 목소리와 색을 찾아주는 사람으로서 ‘요즘 이게 인기야~’라는 관점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가올 2022년 가장 눈여겨보는 아이템은?

내년엔 아이패드를 사고 싶다. 그림을 안 그린 지 오래됐는데, 얼마 전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는 작가분을 뵌 뒤로 다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다는 것 같은데 가격이 얼마더라…

방송 작가 김잔디

김잔디는 7년 차 방송 작가다. 예능, 교양, 다큐멘터리, 라디오 등 드라마를 제외한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EBS <자이언트 펭tv>와 라디오 <도진기의 오천만의 변호인>에서 작가로 일하는 중.
2021년 ‘올해의 아이템’은?

먼저 OTT 서비스를 꼽고 싶다. 코로나 시대에 ‘집콕’하며 생겨난 변화일 텐데, 작년까진 시청자들이 OTT 서비스를 접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넷플릭스, 티빙, 왓챠 등 3~4개 서비스를 구독하며 완벽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다큐멘터리만 취급하는 디박스(D-BOX)의 등장과 어떤 콘텐츠가 어느 서비스에 올라왔는지가 대화의 주된 화제가 되는 것 역시 우리가 얼마나 OTT에 적응했는지 보여준다. 두 번째는 환경 보호를 위해 아이템을 만들지 않으려는 아이템인 ‘제로 웨이스트 아이템’을 꼽아본다. 자연 분해되는 대나무 칫솔이나 고체 샴푸바 등 제로 웨이스트 아이템들이 우리 실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방송은 특히나 동시대의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인 것 같다.

맞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방송 콘텐츠를 보고, 뉴스와 책을 읽으려 한다. 또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많이 돌아다니려고 노력한다. 방문하는 장소에서 오래 머무르며 키워드를 찾아내는 걸 좋아하는데, 그 공간의 분위기와 사람에 동화되어 찾은 키워드들로 지금의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따르면서 내 취향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려면?

유행하는 트렌드에 딱 한 스푼만 더해도 새로운 콘텐츠가 탄생한다. 내 경우엔 2년 전 성 등 라디오 프로그램 ‘손수현 안예은의 <이어달리기>’를 만들 때가 그랬다. ‘페미니즘’은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지만 대중 친화적이진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이라 봤다. ‘페미니즘’, ‘차별 반대’, ‘혐오 반대’라는 키워드에 ‘청소년’이라는 키워드를 더해 방송을 만들었고, 동시에 동물권과 환경 문제 등 약자에 대한 담론을 함께 녹여냈다. 덕분에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아 상까지 받았는데, 트렌드에 새로운 키워드를 찾아 결합하는 노력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다가올 2022년 가장 눈여겨보는 아이템은?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건 ‘이너 피스(inner-peace)’였다. 스트레스를 외부에서 풀 수 없어 집에서 홀로 해결해야 했던 탓이다. 다행히 지난 2년 동안 식물을 돌보고, 기른 것이 큰 위안이 됐다. 내년에는 마음의 평화를 위한 식물을 더 들여볼까 한다. 그리고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항공권을 예매하고 싶다. 참았던 여행 욕구를 표출할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