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화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이감각

이감각은 한국적인 이야기와 조형에 기반해 디자인 작업을 전개하는 브랜드다. 대학 동기였던 이희승, 이해인 디자이너가 마음을 모아 2018년 설립했다. 둘은 과거 이야기 속에서 한국 고유의 미감을 발굴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이감각만의 위트를 담아 현재를 표현하는데, 이렇게 재탄생한 미감은 가방과 휴대폰 케이스, 포스터와 굿즈 등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감각을 대표하는 작품,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 안에 담긴 설화와 전설, 우리 문화 이야기를 포함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모호백’은 오랫동안 호랑이를 사랑했던 한국의 역사를 잇는 가방입니다. 고전 문화 속에서 호랑이는 친근하고 사랑스럽지만,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그려지는데요. 가장 두렵고 강한 존재를 겁내지 않고, 유쾌하게 표현한 여유와 위트를 빌려 곰방대를 피우거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호랑이 자수 패턴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브랜드의 방향성을 고전으로 잡을 만큼 이감각이 느낀 고전 문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창작자들은 자신이 제일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항상 찾는데요. 저희는 그걸 ‘한국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둘 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우리 문화에 대해 나름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저희의 정체성과 기반, 그리고 옛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생각했을 때 ‘한국적인 것’은 저희가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분야였습니다. 이전까지 디자인에서 이러한 주제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 예가 많이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기에 저희가 잘 표현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과 고전 문화에 대한 애정이 작업물에도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호랑이와 까치, 토끼와 십장생 등 다양한 고전적 요소를 차용하는 것처럼요.
모든 요소에 관심이 많지만 특히 상상력을 자극하는 세계에 큰 매력을 느낍니다. 이감각의 작업물에 등장하는 요소들은 단순히 모양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데요. 예를 들어 호랑이는 차를 마시고, 까치는 이야기를 전하며, 사슴은 소나무 아래에서 뛰어놀죠. 이처럼 상상을 마음껏 덧붙일 수 있는 점이 고전 설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감을 받은 모티브를 재해석하고 제품에 반영할 때 이감각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정해진 방법이라기보다는, 매일 한국적인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에요. 아무리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한 명이 생각을 던지면 다른 사람이 서랍 속에 담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쓴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여러 아이디어를 완전히 새롭게 조합해 이감각만의 이야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저희는 모티브의 차용을 넘어 한국의 미학을 담고자 하기 때문에 요소의 형태를 따와 답습하는 방식을 가장 경계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매일 한국적인 문화를 접하면서 느낀 우리 옛 문화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종종 이런 작업을 해주셔서, 이런 제품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정말 감사하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란 정체성의 뿌리이자, 현재를 해석하는 언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우리 일상 속 레이어 가장 아래에 존재하고 있는 거죠. 따라서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선 옛 문화를 반드시 보존하고,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차용하고 싶은 고전 문화, 또는 신화적 요소가 있다면?
매일 서로의 아이디어 서랍을 채우고 있어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운데요. 우리나라의 모든 신화와 설화에 넓게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과 그 의미를 제품에 녹여보고자 구상하는 중입니다. 또 요즘은 ‘해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데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고발하거나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여유와 아름다움을 찾는 방식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이를 시각적으로 잘 풀어내면 일상을 새롭게 느끼는 단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감각이 어떤 브랜드로 성장하길 바라시나요?
한국 고유의 감성을 자유롭고 생명력 있게 전하는 브랜드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이토록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현재는 패브릭과 세라믹 제품을 메인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소재나 카테고리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고민하고 표현하는 브랜드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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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가치를 현재와 연결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오이뮤

오이뮤(OIMU)는 디자이너 신소현과 기획자 전민성이 2015년에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 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해외에 머물며 사람들이 로컬 제품을 소비하고, 한 자리에서 대를 잇는 패밀리 비즈니스가 유지되는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그들은 국내로 돌아와 우리나라의 문화적 가치를 재해석해 현재와 연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오이뮤를 대표하는 작품,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근에 큰 의미를 느낀 프로젝트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간송미술관에서 보유한 문화재 속 동식물의 의미를 카드로 만들어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로 발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와 국화 그림이 그려진 ‘국정추묘’ 카드를 뽑았다면, 노인을 상징하는 고양이와 장수를 상징하는 국화를 통해 장수와 평안을 의미하는 디지털 파일을 소유할 수 있는 거죠. 실존하는 문화재는 시간이 갈수록 낡고, 유지하는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잖아요.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재 속 의미와 현재를 연결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뜻깊었습니다.
‘복(福) 프로젝트’에서 우리나라의 고전 문화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어떻게 영감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나요?
조선시대 서민의 그림이었던 민화에는 ‘오복(五福)’이 깃들어 있다고 합니다. 오복이란 인생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다섯 가지 복으로 장수, 부, 건강, 덕, 고종명 혹은 자손중다를 말하는데요. 이러한 기복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일상품에 그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
영감을 받은 모티브를 재해석하고 제품에 반영할 때 오이뮤 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제품에 전통적인 그래픽을 입혀 인쇄하는 것처럼 과거의 모티브를 시각적으로 똑같이 표현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대신 오이뮤만의 시선으로 현재에 맞는 쓰임과 디자인을 통해 재해석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오이뮤의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표현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새로운 모습이나 쓰임새를 통해 과거의 가치를 현재와 연결하는 지점을 고민합니다.
오이뮤의 프로젝트를 보면 고전 문화뿐만 아니라 근·현대 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IMF와 급격한 경제 성장을 겪은 부모님의 다음 세대로서, 정말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져가는 문화적 가치들이 아쉬웠습니다. 디자인 활동을 통해 사라져가는 문화와 물건들의 가치를 재발견한다면 그 수명을 조금이나마 연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들이 오이뮤의 탐구 영역이 되었네요.
오이뮤가 재해석한 우리의 옛 문화를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오이뮤에서 재해석한 대상들은 대부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잊힌 것들이어서, 받아들이는 분들의 디자인 취향이나 기호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이지만, 또 너무 전통으로만 보이지 않게 작업했는데요. 이 부분에서 소비자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을 찾고, 더 가깝게 받아들여 주신 것 같습니다.
오이뮤가 어떤 브랜드로 성장하길 바라시나요?
한국 문화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해 다양한 결과물로 새로운 문화를 제안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또한 브랜드를 처음 만들었을 때 가진 신념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일관된 오이뮤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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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디자인 요소에 저희의 소망을 담아 전합니다."

은혜직물

강정주, 조은혜 공동 대표가 운영하는 은혜직물은 패브릭을 기반으로 디자인 작업을 하는 브랜드다. 2013년, 각각 영화와 옷을 제작하던 둘은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소재로 직물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은혜직물을 설립했다.

은혜직물의 작업물은 동양적인 주제와 색채가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양적인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언제부터였나요?
브랜드를 준비할 때 꼭 전통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디자인 요소를 반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 느꼈던 할머니 집과 그 집의 소품들을 떠올리며 시작한 일이 지금의 한지 이불 커버와 십장생 디자인이 되었습니다.
로고 역시 한국 설화에서 ‘은혜’를 상징하는 제비인데요. 로고를 제비로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모두가 아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 나오는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동물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또 제비는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고, 무사 귀환과 가정의 행복을 상징하거든요. 리빙 브랜드를 지향하는 저희에게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십장생은 고전 문화 속 장수의 상징이자 숭배의 대상이었는데요. 십장생을 모티브로 잡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먼저 ‘규방’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제품을 준비하다가 십장생이 파생된 것인데요. 십장생이 가진 가족의 안전과 장수의 의미가 저희 제품을 사용하는 분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십장생 모티브를 제품으로 재해석할 때, 은혜직물만의 분석과 접근법 등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십장생을 포함해 제품을 기획할 때는 현대적 시선을 가지려고 노력하는데요. 저희는 디자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영감을 받은 디자인 요소에 새로운 현대적 디자인을 제시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은혜직물이 재해석한 제품을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보통 구매해주실 때 따로 말씀은 없으셔서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 손님이나, 외국에 선물로 가져가는 분이 구매하실 때는 한국 신화에 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재미있어하십니다.
앞으로 차용하고 싶은 고전 문화, 또는 신화적 요소가 있을까요?
저희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재를 결정하는데요. 그래서 지금 모란, 호작도, 일월오봉도 등 사람들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소재로 제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란은 재화의 복이며, 호작도는 역병을 물리쳐주고, 일월오봉도는 왕의 기운을 담고 있거든요. 주술적인 의미보다는 저희의 소망을 담은 소재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은혜직물이 어떤 브랜드로 성장하길 바라시나요?
저희가 만든 제품 디자인이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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