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EPER’S COLLECTION은 브랜드 마니아의 ‘덕력’과 오랜 팬만이 알고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다각도로 이야기하는 GEEP의 오리지널 콘텐츠다. 2월에는 수집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주제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혹자는 장난감을 모으는 어른은 어른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장난감 수집가 ‘옥잠’은 말한다. “장난감 수집이야말로 어른이 되어서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진짜 어른의 취미”라고. 그에게 장난감의 매력과 수집법에 대해 물었다.
- 글
- GEEP
나는 수집가 옥잠,

장난감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지만 특히 트랜스포머, 마블, 레고 수집을 즐긴다. 블로그 ‘장난감과 일상이 있는 방구석’을 통해 다양한 장난감 관련 이슈와 커스텀 과정 등을 소개하고 있다. 기록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장난감 수집이라는 나의 취미생활 자체를 공유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취미를 찾고,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상상이 현실로 나타난 순간, 수집이 시작되었다

장난감에 빠지게 된 계기는 영화였다. 2007년에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입덕하면서 트랜스포머 장난감에 빠졌다. 영화 속 장면과 서사를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장난감으로 구현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처음 소장하게 된 장난감이 트랜스포머의 ‘범블비’였다.
나무가 모여 숲이 되는 레고 수집의 매력
장난감에는 시리즈마다 테마가 있고 각 테마별로 여러 스토리가 있는데, 그 이야기들을 수집하면서 완성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레고는 옛날에 나왔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이스터에그’를 찾는 것이 묘미다. 각각 다른 시리즈를 모아 자유롭게 조합하면서 나만의 스토리를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난감 수집의 매력이다.
나의 애장품
| 좋아한다면 두 배로 소장할 것, 마블레전드 시리즈 ‘토르’
사람들은 보통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를 마블 최애 캐릭터로 꼽지만, 나는 토르를 가장 좋아한다. 특히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뚱뚱한 토르를 가장 좋아하는데 다른 캐릭터들의 인기가 워낙 압도적이었던 탓에 영화가 나온 지 2년 후에도 해당 버전은 피규어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202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뚱뚱한 토르 피규어가 출시됐고, 나는 오랜 기다림 끝에 최애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마블레전드 시리즈 중 유일하게 두 개를 구입한 피규어라는 사실. 내가 뚱뚱한 토르에 이토록 진심이다!



| 단종을 만나지 않도록 입덕은 빠르게, 레고 시티 시리즈 ‘피자 밴’
작년에 ‘시티 시리즈’를 구입하며 본격적으로 레고 수집을 시작했다. 시티 시리즈는 경찰서, 소방서 등 다양한 모습의 레고 도시를 꾸밀 수 있는데, 그중 공원에 푸드 트럭들이 모여있는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다. 피자를 좋아해 특히 ‘피자 밴’이라는 제품이 가장 탐났지만, 내 마음과 달리 피자 밴은 이미 단종되어 구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세 달을 꼬박 찾아 헤맨 끝에 피자 밴을 손에 넣었다. 구하는 과정이 어려웠던 만큼 나에겐 각별한 시리즈다.
수집의 첫 번째 공식, 선택과 집중
수집을 시작한다면 먼저 테마의 ‘주종’을 정해야 한다. 무엇을 중심으로 모으는가에 따라 수집의 모습과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고 시리즈도 ‘시티’, ‘닌자고’, ‘히어로’ 테마 중 하나를 선택해 수집하면, 중심이 정해져 중구난방으로 모이지 않고 수집에 대한 흥미를 이어갈 수 있다.
수집의 꽃, 보관 노하우
| 수집 전, 청사진을 그릴 것
보관 위치와 관리 방법을 미리 생각해 두면 좋다. 수집품이 늘어날수록 부족한 공간에 대한 압박, 쌓여가는 먼지 청소 등 수집품 관리에도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 합리적인 가격, 활용도 높은 ‘선반’ 공간
가격이 적당하고 수집 공간이 충분한 선반을 추천한다. ‘보관의 답은 유리 장식장’이라는 말이 있지만 부피도 크고 가격도 비싼 유리 장식장을 몇 채씩 구비하기는 쉽지 않다. 예산 내에서 가장 예쁜 책장이나 선반으로 전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추천한다.
| 방구석 박물관
선반 하나만으로 공간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방구석 전시회를 여는 것도 방법이다. 박물관처럼 고정 전시품과 서브 수집품을 나눠 주기적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서브 수집품은 주기적으로 바람을 쐬고 동시에 청소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
나에게 장난감 가게란,
수많은 온라인 구매처에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갈 이유는 점차 줄고 있지만 그럼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이유는 현장감을 느끼고 싶어서다.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짜릿함과 내가 몰랐던 장난감의 매력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내가 관심 있는 제품만 검색하는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 매장은 관심사 밖의 제품들도 함께 진열돼 있어 자연스레 시선을 끈다. 나와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타인의 취향을 관찰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모아온 장난감들을 새로운 마음으로 보게 되고, 내 컬렉션을 애정하는 마음도 깊어진다.
WHAT’S IN MY WISHLIST
(사진 출처 : 레고)
레고에 입문하면서 캐슬 시리즈 ‘사자 기사의 성(10305)’과 모듈러 시리즈 ‘어셈블리 스퀘어(10255)’는 꼭 사겠다고 마음먹었다. 테마가 재미있고 무엇보다 큰 규모라는 것이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특히 제과점, 꽃집, 악기 상점이 모여있는 어셈블리 스퀘어 등의 모듈러 시리즈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레고 시티에 꼭 필요한 제품이기도 하다. 올해 둘 중 하나는 꼭 소장하려고 한다.
장난감 앞에 적당한 나이란 없다
장난감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어른이라면 한 번쯤 ‘장난감은 아이들의 것’이라는 핀잔을 들었을 테다. 하지만 어른에게도 동심으로 돌아갈 시간이 필요하다. 단지 나이가 들면서 그 놀이가 장난감에서 다른 형태로 변했을 뿐, 그 안에 담긴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장난감이라는 이름 때문에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선 긋기보다 누구나 언제든 즐길 수 있는 놀이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장난감 수집가가 꿈꾸는 미래
올해도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서 마음껏 조립하고, 새로운 장난감에 관심이 생기면 언제든 빠져볼 생각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취미를 붙여 조금이나마 여유로운 일상을 즐겼으면 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일상에 충분히 큰 행복을 줄 수 있기에 좋아하는 취미를 찾아 보길 권한다.
Photograph / 옥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