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빠르게 변하는 시대다. 기록을 위해 꺼내든 스마트폰은 찰나의 장면만 담아낼 뿐 공기와 분위기는 간직할 수 없다. 짙은 가을빛은 금방 사라지기에 우리는 매 순간이 아쉽기만 하다. 이 계절을 붙잡기 위한 방법 하나, 가을의 여유를 찾아 NO-WIFI ZONE으로 산책을 떠나는 것. 곧 떠나갈 계절을 오래도록 기억에 새기기 위해 낭만 가득한 단풍길과 음악이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 글
- GEEP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로 기억하는 노란 은행길
송정제방길 & 페이지스
가을 코스 1. 송정제방길
사진 제공 : @iam.oi_i(좌), ssony_121(우)
도심 한가운데서 옐로 카펫을 거닐고 싶다면 송정제방길이 안성맞춤이다. 송정제방길은 서울의 중랑천을 따라 약 4.9km가량 이어지는 둑길로, 단풍을 만끽하고 싶지만 등산은 달갑지 않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오래 걸어도 땀이 흐르지 않을 만큼 가벼운 코스지만 빼곡한 나무 덕에 가을의 변화를 순간순간 마주할 수 있다. 벚꽃이 풍성하게 피었던 봄길이 어느새 낙엽비 내리는 단풍길로 물든다. 키 큰 은행나무의 행렬 사이를 걸을 때면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다.
하천을 따라 뻗은 단풍길은 무엇보다 통행을 방해하는 차량과 마주칠 일이 없어 오로지 산책에 집중할 수 있다. 걷다가 지치면 아무데나 앉아 여유롭게 물멍을 즐겨도 좋다. 반짝이는 윤슬과 바람을 타고 떨어지는 낙엽은 여유로운 가을 풍경을 완성한다. 자연이 만든 조화로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가을과 나만 존재하는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며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가을 속으로 들어가 보자. 목적 없는 걸음도 가을의 낭만으로 기억될 것이다.
INFO
송정제방길
주소
서울 성동구 송정동 73-448
가을 코스 2. 페이지스
사진 제공 : 페이지스
목적 없는 걸음에도 음악은 빠질 수 없다. 느긋하게 나선 산책길, 스마트폰과 시간의 방해를 받지 않고 여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성수에 위치한 뮤직 바 ‘페이지스(Pages)’는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플레이리스트와 와인을 페어링하는 곳이다. 페이지스는 이근욱 대표의 플레이리스트 50개, 지인들의 플레이리스트 50개와 함께 시작되었다. 소설의 도입부를 읽는 듯한 플레이리스트의 소개글, 다양한 맛의 내추럴 와인,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순간은 더 풍성하게 기억된다.

사진 제공 : 페이지스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들을 수 있는 것 또한 페이지스만의 특별함이다. 매장 한쪽에 놓인 Editor’s Desk에 앉으면 마치 음악 매거진의 에디터가 된 듯한 기분이다. 오롯이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곡을 하나씩 담다 보면 가을을 즐길 준비는 끝났다. 직접 만든 플레이리스트 중 2~3곡은 현장에서 바로 들을 수 있다. 음식과 와인, 그리고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가을은 잊지 못할 행복의 순간이 된다. 오늘도 페이지스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페이지스가 추천하는 가을 Playlist
| 가을을 부르는 선선한 바람과 어울리는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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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페이지스
운영
월 휴무, 화-목 19:00~24:00, 금 19:00~01:00, 토 16:00~01:00, 일 16:00~23:00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75 2F
인스타그램
이토록 다채로운 가을
올림픽공원 & 대중음악박물관
가을 코스 1.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야생화학습장
사진 제공 : @haae.yuum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담담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백예린의 <산책>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가을날의 산책길이 그리워진다. 서늘한 바람에 물결치는 들꽃을 만나고 싶다면, 올림픽공원의 들꽃마루와 야생화학습장으로 길을 나서자. 자유로이 움직이는 들꽃에 내 마음도 설렘으로 춤추게 될 것이다.
올림픽공원의 언덕 마루로 올라가는 오솔길은 가을 향기로 가득하다. 선선한 가을 바람에 실려온 황화 코스모스 향과 언덕을 가득 채운 황금빛 물결 덕에 오솔길을 오르는 내내 꽃들에게 환영받는 듯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울타리를 넘어 옷깃을 스치는 꽃들에 걸음을 늦추며 언덕을 오르다 보면 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원두막 정자를 만나게 된다. 언덕마루에서 코스모스의 황금빛 물결과 높고 푸른 하늘을 한눈에 담다 보면 비로소 가을 한가운데에 도착한다.
사진 제공 : @crowdpic
노란빛의 가을을 즐겼다면 이제는 분홍빛에 심취할 차례. 들꽃마루에서 벨로드롬 쪽으로 15분 정도 걸으면 야생화학습장을 만날 수 있다. 가을빛의 풍요를 담았던 노란빛과는 달리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분홍빛이 기다리고 있다. 핑크 뮬리와 댑싸리가 가득한 풍경으로 색다른 가을 분위기를 즐겨보자.
핑크 뮬리는 햇살에 따라 모습이 바뀌는데, 볕이 없을 때는 짙은 자색을 띠다가 볕을 받으면 여린 분홍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핑크 뮬리 옆 댑싸리의 존재감도 만만찮다. 핑크 뮬리가 그윽한 분홍빛으로 당신의 마음을 녹인다면, 댑싸리는 강렬한 진분홍색으로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 온통 분홍빛으로 덮인 가을에 마음을 빼앗길 준비가 되었다면 지금, 올림픽공원으로 향해보자.
INFO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야생화학습장
운영
매일 05:00~22:00
문의
02-415-3254
가을 코스 2. 대중음악박물관
사진 제공 : 대중음악박물관
향기로 가을을 품었다면 이제는 음악으로 가을을 만끽할 차례다. 올림픽공원에서 멀지 않은 롯데월드몰에 코스모스의 잔향을 오랫동안 은은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서울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서울서울3080 복고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통기타 소리에 발길을 멈추게 될 것이다. 가을을 오감으로 기억할 수 있는 곳, ‘음악다방 : 대중음악박물관’이다.
지나간 시절의 음악은 그리움이라는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대중음악박물관은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잊고 지낸 옛 시절의 낭만을 선사한다. 앤티크 인테리어와 매장을 가득 채운 7080 음악, 한쪽 벽에 나열된 오래된 LP와 전시물은 지난 시절의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스마트폰을 내려 놓고 청각을 깨우는 소리에 집중해보자. 날씨와 계절에 어울리는 선곡으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는 음악만으로도 하루를 온전히 기억할 수 있게 한다. 매장 한편에 비치된 CD플레이어에서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헤드폰을 끼고 담백한 통기타 소리가 매력적인 포크송을 감상한다면 어느 가을날을 기억에 새기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대중음악박물관이 추천하는 가을 Playlist
| 담백한 통기타 베이스의 포크송이 제격인 가을 추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