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점차 풀리면서 겨우내 얼었던 감정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봄꽃을 보며 추운 마음을 달래고 싶었지만, 공기 중에 남은 옅은 냉기에 꽃이 피기엔 아직 이른 듯하다. 봄기운을 미리 맛보고 싶다면 접시 위에 봄을 피워보는 건 어떨까? 식탁 위에 봄을 만들어 내는 ‘시바테이블’ 민경진 푸드 아티스트에게 봄철 플레이팅 노하우를 배워본다.
- 글
- GEEP
흰목이버섯 댕댕이 샤브샤브(좌), 알록달록 젖소 목장 어묵탕(우)
봄이 오면 자연스럽게 소풍이 떠오른다. 도시락에도 화사함을 담아 눈으로 한 번, 입으로 두 번 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시바테이블’ 민경진 푸드 아티스트가 귀엽고 생기 넘치는 봄 도시락 플레이팅 레시피으로 봄을 100%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래디시, 당근, 완두콩, 그린 빈, 오이 등의 재료로 톡톡 튀는 색감을 도시락에 옹기종기 담을 때면 비로소 봄을 맞이할 준비는 끝났다!
시바테이블의 봄 도시락 레시피
[Recipe 1] 알록달록 도시락 정원, ‘꽃밭 유부초밥’
준비물: 밥, 사각 유부, 분홍 소시지, 당근, 달걀, 그린 빈, 케첩 혹은 스리라차 소스
- 유부에 밥을 넣고 그 위에 데친 그린 빈을 3개씩 올린다.
- 치즈를 꽃 모양 틀로 잘라 1에 올리고, 가운데 스리라차 혹은 케첩 소스를 찍어 꽃망울을 표현한다.
- 데친 분홍 소시지를 잘게 다져 밥과 섞어 분홍 밥을 만든다.
- 유부에 밥을 넣고 완두콩을 올려 포인트를 준다.
- 달걀지단을 채 썰어 유부 안에 밥 대신 넣는다.
- 당근을 꽃 모양 틀로 잘라 1에 올려준다.
- 그린 빈을 어슷하게 썰어 잎처럼 표현하면 완성!
TIP) 꽃밭 유부초밥을 만들 때 유부는 사각 유부로 만드는 것이 더 예쁘다.
[Recipe 2] 나른한 봄에 즐기는 휴식, ‘낮잠 자는 코알라 오므라이스’
준비물: 밥, 소금, 참기름, 참치나 자투리 채소, 달걀, 검정깨, 올리브(없다면 김), 건소면
- 밥은 소금과 참기름으로 밑간한다.
- 데친 채소나 참치 등 좋아하는 재료로 소를 준비한다.
- 밥 속에 준비한 소를 넣고 둥글게 뭉친다. 코알라의 머리와 몸통이기 때문에 너무 작지 않은 크기로 만든다.
- 밥을 조금 더 작고 둥글게 뭉쳐 코알라의 귀를 만든다.
- 접시 위에 코알라의 머리와 몸통을 놓는다. 귀는 건소면으로 머리 위에 고정한다.
- 검정깨로 코알라의 눈을, 반으로 자른 올리브로 코를 만들어준다.
- 얇게 부친 달걀지단의 끝부분을 조금 잘라낸다. 작은 지단은 돌돌 말아 베개를 표현하고, 큰 지단을 이불로 덮어주면 완성!
INTERVIEW
음식에 생명을 불어넣는 ‘시바테이블’
푸드 아티스트 민경진과의 일문일답

가지와 당근으로 만든 투칸(Toucan)
플레이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갖은 스트레스로 마음이 힘들던 날, 우연히 가지와 당근으로 투칸(Toucan) 한 마리를 만들었어요. 그저 채소를 다듬고 조립했을 뿐인데 마음의 안정을 찾는 신기한 경험을 했죠. 그날을 계기로 심심하거나 울적하고 행복할 때 순간의 기분을 접시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한 접시에 담긴 작은 투칸이 주는 힐링이 저를 본격적인 푸드 아트의 세계로 이끌었어요.
플레이팅의 매력을 알려주세요.
베이컨밥(좌), 새우&비트 유부초밥(우)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것이죠. 예술을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나 대단한 행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어요. 우리 삶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식(食)이잖아요. 우리는 식사로 정성을 표현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스트레스를 푸는 등 여러 감정을 표현하죠. ‘먹는 것’이라는 단순한 행위에서 벗어나 조금만 관점을 달리하면 음식도 예술 작품이 돼요. 플레이팅은 누구든 예술가가 될 기회를 주기에 매력적이에요.
플레이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간단하게 완성도를 높일 줄 아는 센스라고 생각해요. 감정은 아주 일상적인데 이를 표현하는 플레이팅도 간결해야 지속할 수 있거든요. 복잡하면 귀찮아지고, 귀찮으면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 심리잖아요. 무엇이든 잘하면 재미를 느끼듯 예쁜 플레이팅이 쉽게 완성된다면 누구나 플레이팅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평소 다양한 레퍼런스나 아이디어를 이미지로 저장하거나 메모해 두고 어떤 식재료와 조리법을 적용해서 만들지 구상해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나 동물을 좋아해서 자주 모티프로 활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즉흥적으로 만든 작품들이 더 재미있는 결과를 가져다줄 때가 많았어요.
간결하지만 완성도를 높이는 팁이 있다면?

채소 모양 틀을 추천해요. 모든 데코를 직접 칼로 다듬어 만들려고 하면 부담감에 덜컥 겁부터 나거든요. 서로 다른 세 가지 꽃 모양 틀을 구비해 두면 간단하면서 다양하게 꾸밀 수 있습니다. 스테인리스 재질은 절삭력이 좋기에 당근, 비트, 오이 등 단단한 채소도 깔끔하게 자를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사진 제공 / 시바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