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한산했던 극장가가 최근 설 명절을 맞아 개봉한 신작들로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그 중심에는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폭넓은 연령층의 관객을 사로잡은 한국판 해양 어드벤처 <해적: 도깨비 깃발>이 있다.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고, 전작 <쩨쩨한 로맨스>, <탐정: 더 비기닝>을 통해 연출력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김정훈 감독과 화상 인터뷰로 만나 신작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글
- GEEP

지난해 1월 크랭크업 후 약 1년 동안 정교한 후반작업을 거쳐 개봉 소식을 알리게 됐다. 오랜만에 관객을 만난 소감이 어떤가.
여러모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새 영화로 관객분들을 찾아 뵐 수 있게 되어 기쁘면서도 동시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새해에는 <해적: 도깨비 깃발>을 비롯해 많은 한국영화가 극장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어떤 영화인지 간단히 소개해 달라.
왕실의 마지막 보물을 찾아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어드벤처 영화다. 광활한 바다를 무대로 활약하는 해적들의 이야기인 만큼 시원한 바다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볼거리와 육해공을 넘나드는 통쾌한 액션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떤 점에 매료됐는지 궁금하다.
전편을 워낙 재밌게 보기도 했고, 두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던 차에 모험과 액션, 판타지적인 요소가 고루 녹아든 시나리오를 만났다. 시나리오를 읽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오락 영화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합류를 결심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한국 오락 블록버스터의 한 획을 그었던 시리즈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번 편은 영화적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별히 리얼리티에 더 신경 썼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연출의 어떤 점에 집중했는가.
판타지 어드벤처라는 장르적 특성을 고려해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이동하는 변화를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시각적으로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판타지적 요소와 실제적 요소가 적절히 혼합된 비주얼을 구현하기 위해 스태프들과 많은 논의를 거쳤고, 덕분에 사실적이면서도 정형화된 이미지를 벗어나 임팩트 있는 비주얼을 완성했다.
이번 영화는 강하늘, 한효주, 권상우, 이광수 등 충무로 대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것도 화제를 모았다. 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리는 게 쉽지 않았을 듯하다.
줄거리 자체는 해적들이 보물을 찾아 나가는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충돌하는 캐릭터들의 욕망을 적절히 배분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 드라마로 만들고, 웃음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워낙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다 보니 쉽지만은 않았지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배우들의 촬영 후기를 들어보면 현장 분위기와 팀워크에 대한 칭찬이 유독 많다. 감독님에 대한 신뢰도 느낄 수 있는데, 좋은 합을 보여주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배우가 억지로 연기하는 부분을 최대한 없애고 싶은 게 개인적인 연출 소신이다. 배우의 감정이입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평소 영화 작업을 할 때도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배우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정형성을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그리려고 노력했는데,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게 좋은 합의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힘들었던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후반부 배 신 촬영이 장마와 코로나19 때문에 여름에서 겨울로 미뤄져 배우들이 고생했던 게 지금도 너무 미안하다. 당시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 속에서 물을 쏟아붓는 장면을 찍어야 했다.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농담 삼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선물해 주겠다”고 했는데, 촬영 후 배우들이 먼저 힘든 내색 없이 “선물이 생각보다 약한대요?”라고 웃으며 말해줬다. 배우들의 배려가 느껴져 고맙고 감동적이었다. 험난한 촬영이었지만 최선을 다해준 배우들과 팀워크 덕분에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 역시 배 신일 것 같다.
배 신과 연결되는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이 있다. 주조연뿐 아니라 단역 배우들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 촬영할 때는 화면만 보이는 게 아니라 카메라 너머 작은 역할을 하는 배우들까지도 다 보이는데, 이 장면은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정말 열심히 임해주어서 볼 때마다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설 연휴 극장가를 찾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답답한 시기에 바다 위 해적들의 시원한 액션을 보며 잠시 배를 타고 짜릿한 모험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재밌게 읽었던 <보물섬>이나 <신밧드>처럼 우리 영화가 조금이나마 복잡한 현실을 잊고 위로와 해방감을 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모처럼 긴 연휴를 맞아 소중한 사람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맘 편히 떠날 수 없는 나들이나 여행 대신 스크린 속 새로운 판타지의 세계로 떠나보면 어떨까.
김정훈 감독이 꼽은
<해적: 도깨비 깃발> 관전 포인트 3
역대급 CG로 구현한 독보적 판타지

<해적: 도깨비 깃발>은 판타지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CG를 적극 활용해 완성도 높은 비주얼을 구현해냈다. <신과함께>, <모가디슈> 등을 통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덱스터스튜디오와 1년 여의 작업기간을 거쳐 생동감 넘치는 비주얼을 완성, 관객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와 체험을 선사한다.
눈과 귀로 사로잡는 압도적 스케일

국내 어드벤처물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거대한 규모의 해적선 세트와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모험, 시원한 액션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의 초자연적인 현상을 참고해 바닷속 화산 분출과 번개, 쓰나미 등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한 점도 인상적이다.
판타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배우들의 케미스트리

다채로운 캐릭터 군단이 빚어낸 케미스트리와 배우들의 호연, 여기에 김정훈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더해진 유쾌한 앙상블을 만날 수 있다. 배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표현한 촬영 기법과 고난도 수중 촬영, 강도 높은 액션도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하는 매력 포인트다.
Photograph /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