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역 4번 출구와 석촌역 5번 출구 사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숍 ‘지미프로젝트’는 이현승, 김유리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오프라인 매장이다. 2020년 12월 온라인 상점으로 시작해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까지, 혼자서 실천해 오던 일을 가족과 친구 더 나아가 얼굴도 본 적 없는 이들과 함께하기까지, 지미프로젝트가 일궈온 작지만 큰 변화의 행보를 소개한다.
- 글
- GEEP
어렵지 않아요, 제로 웨이스트


“말 그대로 ‘지구한테 미안해서’ 시작한 프로젝트에요. 어릴 때 머리를 감고 하수구에 샴푸 거품이 가득한 걸 보면 마음이 무거웠어요. 저게 다 흘러서 바다로 가겠지? 대체 얼마나 많은 거품이 바다로 갈까? 버스 정류장에 버려진 일회용 컵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고, 언제부턴가 아무렇지 않게 쓰이는 비닐봉지와 빨대, 종이컵을 보는 것도 불편하고요. 어느 날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을 다시 보다가 너무 슬퍼서 한참을 생각했어요. ‘빙하가 녹아 북극곰은 살 곳이 없어지는데, 내가 마음만 슬펐지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 않나?’ 양심에 가책만 느끼지 말고 이제 실천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늘 마음 한편에 지구에 대한 죄책감이 남아있던 김유리 대표는 그즈음, 유기농 바디비누에 대한 펀딩을 접했다. 너무도 당연하게 사용했던 액체형 바디워시 대신 고체 비누를 사용하면 플라스틱을 쓰지 않게 된다는 것, 고작 비누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더 놀랐다. 막연히 어렵게만 생각했던 ‘제로 웨이스트’가 사소한 습관의 변화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김대표는 조금씩 일상을 바꿔 나갔다.
“제 개인 블로그에 지구를 위해 실천하고 있는 것들, 친환경 제품 리뷰 등을 쓰곤 했는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어요. 혹은 전혀 관심 없었거나 저처럼 제로 웨이스트를 어렵게 생각하셨던 분들도 찾아오기 시작했고요. 제가 직접 사용해 보고 좋았던 제품을 추천하면서 가짓수가 늘어나 온라인 상점을 열었고, 더 많은 양을 구매하길 원하거나 직접 제품을 보러 갈 수 없냐는 문의가 잦아지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열게 됐어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먼 곳에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효과처럼 그녀의 소소한 실천은 한 사람 두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멀리 뻗어 나갔고, 김대표는 남편과 함께 본업을 겸하면서 프로젝트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제작부터 판매까지 지구에 그냥 버려지지 않도록
오랜 고민 끝에 시작한 일인 만큼, 지미프로젝트에서 소개하는 제품은 까다롭고 깐깐한 선정 기준을 거친다. 직접 소비자가로 구매하여 장기간 사용 후 판매를 결정하는데, 국산과 유기농을 우선시하고 비닐 포장이나 플라스틱이 들어간 제품도 제외한다. 부부는 비닐 포장이 없는 세탁비누를 찾을 수 없어 종이 상자에 포장하는 세탁비누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불필요한 포장은 절대 하지 않아요. 꾸밈을 위한 띠지나 끈, 스티커도 없죠. 천연 수세미와 소창 제품 등 함께 배송 시 흠집이 생길 수 있는 제품에만 가볍게 종이 포장을 해요. 기부 받은 종이 완충재와 상자를 재활용하죠. 매장에서는 세탁 세제나 주방 세제를 리필할 수 있도록 기부 받은 유리병을 소독해 비치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격 표시도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자원을 쓰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계란 판을 재활용했어요.”


‘나 하나쯤이야’ 말고 ‘나 하나부터’라는 마음으로
한편, 지미프로젝트는 송파구 전 주민 센터에서 시행 중인 우유갑 수거에도 적극 동참하여 우유갑과 멸균 팩을 모아 주민 센터에서 휴지로 교환 후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업사이클링 업체 ‘업사이어티’와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수거하는 테스트 수거처로 활동하고, 분리배출 후에도 재활용되기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을 모으거나 브리타 필터를 회수하는 등 뜻이 맞는 사람들과 손잡고 송파구의 자원 순환 플랫폼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브리타 필터는 재활용 시 필터를 건조한 후 분해하여 구성품을 재질별로 분류하는 과정을 거쳐요. 브리타에서 자체적으로 회수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회수 가능한 최소 수량이 6개에요. 개인이 혼자서 모으기엔 시간이 걸리니까 분리 배출을 건너뛰고 그냥 버리기 쉽죠. 하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동기부여가 되고 필터도 잘 모이더라고요. 앞으로도 ‘나 하나쯤이야’ 말고 ‘나 하나부터’라는 마음으로 하나둘 힘을 모아 우리가 얼마든지 쉽고 간단하게 지구를 위한 일상을 바꿔 나갈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 없는 게 없는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일까? 잠깐의 귀찮음을 견디며 좀 더 움직이고, 익숙해질 때까지 적응기만 지난다면 친환경 생활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쩌면 우리도 지구에 잠깐 왔다 가는 한 번뿐인 일회용 인생! 눈 감는 그 순간 ‘지구야 미안해’라는 말보다 ‘지구야 고마웠어’라고 말하는 게 좀 더 폼 날 테니, 이제부터라도 나와 당신의 친환경 생활을 다짐해 본다. ‘어렵지 않아요, 제로 웨이스트!’
지미프로젝트 이현승&김유리 대표가 추천하는 제품 TOP 5

1. 천연 수세미
“혹시 알록달록하고 모양이 다양한 털 수세미를 쓰고 계시나요?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짝이는 털로 만든 수세미는 ‘폴리에스테르’나 ‘아크릴’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자연에서 나고 자란 식물 그 자체인 ‘천연 수세미’는 김칫 국물, 카레 등에도 쉽게 물들지 않고, 기름이 남지 않아요. 통기성이 좋아 걸어 두면 금세 마르고 냄새도 잘 나지 않습니다. 물론, 쓰임을 다 하면 흙으로 돌아갑니다.”
2. 대나무 칫솔
“칫솔은 대게 여러 재질이 섞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해요. 일반 쓰레기로 매립되면 500년 이상 썩지 않고, 소각 시 화학물질을 내뿜고요. 대나무로 만든 칫솔로 바꾸는 건 정말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단, 재질이 나무인 만큼 컵에 꽂아 쓸 때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습도 관리에 주의하세요.”
3. 세안 타올
“삼베 실로 만든 세안 타올은 스크럽 기능까지 합니다. 피부가 민감하신 분들은 사용이 조금 어렵겠지만, 세안이 귀찮거나 스크럽에 익숙하지 않은 남성분들에게는 적극 추천이에요! 사용할수록 재질도 부드러워지고요.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가 함유된 플라스틱 실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써도 미세 플라스틱이 나올 일 없고, 해지거나 찢어지기 전까지는 삶아서 오래도록 사용 가능합니다.”
4. 세탁비누
“해양오염의 주범인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간 세탁세제 대신 세탁비누를 쓰는 것만으로도 자연에 도움이 됩니다. 지미프로젝트의 세탁비누는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EM(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한 미생물)이 첨가되어 지구한테 미안하지 않도록 만들었어요. 적은 양의 빨래는 세탁비누를 사용해 가볍게 손빨래하고, 세탁기 사용 횟수를 줄이는 것도 지구를 위한 일입니다.”
5. 설거지 비누
“설거지 비누는 샴푸 바, 화장비누와 달리 화학성분을 하나도 넣지 않고 자연에서 나온 원료들로 만들 수 있어요. 화학 성분은 사람뿐만 아니라 수질 오염에도 좋지 않아요. 설거지 비누는 천연 수세미와 함께 사용할 때 가장 궁합이 좋습니다.”
지미프로젝트 이현승&김유리 대표가 제안하는 친환경 생활 습관
For Beginner
“흔히 알려졌지만, 쉽게 실천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가 ‘장바구니 사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가정이든 작게 접히는 가벼운 장바구니 하나쯤 있으시죠? 가방에 하나씩 넣고 다니면 언제든지 물건 구입 후 비닐봉지를 받지 않고도 담아올 수 있답니다.”
For Intermediate or Advanced
“‘거절하기’에 도전하기를 추천합니다. 물건 살 때 자연스레 따라오는 쇼핑백과 비닐봉지 거절하기, 카페에서 주문할 때 빨대와 일회용품 거절하기, 여럿이 함께 있을 때 일회용 컵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 거절하기, 요구르트나 아이스크림을 살 때 제공하는 플라스틱 숟가락 거절하기, 빵집에서 케이크 칼 거절하기 등등 불필요한 것을 거절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INFO
지미프로젝트
운영
월-목 10:00~19:00(Break Time 13:00~14:00), 금 10:00~16:00(Break Time 13:00~13:30), 토 10:00~14:00, 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 송파구 가락로16길 2-7 2층 202호 지미프로젝트
문의
070-8065-7655
Photograph / G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