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각,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불이 켜진다. 고작 불 하나 바꿨을 뿐인데 분위기는 이전과 180도 다르다. 작은 조명 하나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그 마법 같은 힘에 대해 일광전구의 디자인&브랜드 총괄을 맡은 권순만 디렉터에게 물었다. 일광전구의 리브랜딩 스토리부터 연말연시 조명을 활용한 인테리어 조언까지 반짝이는 이야기를 가득 모아 전한다.
- 글
- GEEP
- 사진
- 김도현

<GEEP>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광전구의 디자인&브랜드 총괄 디렉터이자 디자인 스튜디오 064의 대표 권순만입니다.
대표님은 디자인 스튜디오 064를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어떤 계기로 일광전구의 리브랜딩을 맡아 총괄 디렉터까지 겸임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일광전구와의 첫 만남은 패키지 디자인 작업으로 시작됐어요. 전구 산업을 연구하다 보니 일광전구라는 기업이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60년간 이어온 탄탄한 업력에 비해 소비자에게 알려진 이야기가 별로 없더라고요. ‘조명’, ‘전구’라는 매력적인 오브제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브랜딩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일광전구 대표님을 수차례 설득했고, 그때의 인연을 계기로 현재 일광전구의 디자인&브랜드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리브랜딩을 통해 일광전구가 ‘국내에 남은 유일무이한 백열전구 기업’으로 다시금 주목받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성공한 제안이 되었네요. 리브랜딩 과정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조명은 조금 특이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전자제품은 최신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업그레이드되면서 트렌드에 맞춰 디자인 교체도 빠른 편인데, 전구는 산업 제품의 성향이 강한 탓에 디자인 교체도 느리고 브랜딩의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패키지 교체면 충분하지 않냐’는 내부 의견을 설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동안 일광전구의 영업 방식은 B2B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기에 브랜드를 생산자 관점에서 소비자 관점으로 옮기는 과정도 필요했고요. 전파사나 대형 매장뿐만 아니라 디자인 숍에서도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구매처를 확장하면서 제품은 물론 패키지, 리플릿 하나까지 소비자 중심의 시각으로 바꿨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인 만큼 지켜야 할 가치와 새롭게 바꿔야 할 방식 등이 있었을 텐데요.
지금 당장 유행하는 스타일을 추구하지 않고, 오랜 시간 곁에 두고 함께할 수 있는 ‘롱 라이프 디자인’ 관점에서 전 세대가 공감하는 가치를 지닌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브랜드에 집중하며 일광전구만의 대체 불가한 문화를 만들어야 100년을 넘어 영속하는 기업이 탄생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역사가 오래된 기업일수록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신경 쓰고 꾸준히 아카이빙해야 더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동시대의 활발히 활동하는 다른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며 바쁘게 뛰어다녔습니다. 전파사와 마트 진열대에 잠들어 있던 ‘일광전구’라는 브랜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이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조명을 켜면 광원을 기준으로 동그랗게 빛의 그러데이션이 만들어집니다.
자연스레 시선이 향하고, 그 따스함과 밝음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껴요.
40만 년 전 인류가 모닥불을 켜고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추위를 피하던 시절, 그 중심에 불이 있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어두운 공간을 밝히는 것을 넘어 조명이 전하는 ‘온기’ 속에 가치가 있는 거죠.”
– 일광전구 디자인&브랜드 총괄 디렉터 ‘권순만’
다양한 라인업 중에서도 리브랜딩 이후 출시된 제품에 특히 애정이 남다를 것 같아요. 그 중 스테디셀러와 베스트 셀러를 하나씩 꼽아본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필라멘트가 아름다운 ‘클래식 전구’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어요. 전구가 처음 만들어진 당시의 형태 그대로를 재현하여 지금의 ‘일광전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상품이 되었죠. 일광전구의 제품 디자인을 맡고 처음 출시한 제품이라 저에게도 의미가 큽니다. 카페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무드등으로 자주 사용하는데, 특유의 부드러운 색감 덕에 사진이 잘 나온다고 해요. 베스트 셀러는 ‘에이콘 스탠드’ 에요. 무난한 색감으로 어느 곳에 두어도 튀지 않고 공간과 잘 어우러집니다. 반원의 쉐이드와 묵직한 기둥, 받침이 베이직한 형태를 띠고 있죠. 최근 유행하는 ‘미드 센추리’ 디자인과 결을 같이해서 그런지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특히 반응이 좋습니다.
연말연시를 맞아 조명을 활용해 인테리어 변화를 시도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일광전구 제품 가운데 인테리어 초보자도 손쉽게 도전할 수 있고, 가성비까지 좋은 아이템 하나를 꼽아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앵두 전구’를 추천합니다. 한 세트에 1만 원 정도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연말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제품이에요. 보통 크리스마스트리에 감는 용도로 사용하는데, 이 조명은 꼭 트리가 없어도 거실을 가로지르거나 한쪽 벽에 길게 다는 것만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수 있어요. 시즌이 끝나면 돌돌 말에 창고에 수납할 수 있어 보관도 편리하고요.







그 밖의 조명을 활용한 간단한 인테리어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공간의 용도에 맞춰 크게 두 가지 빛으로 분리하고 조명과 스위치 시공을 하길 추천합니다. 천장의 매립등 같은 전체 조명은 밝은 빛이 필요할 때 쓰는데, 제 경우 전체 조명을 설치할 때 주광색(일반적인 형광등 불빛의 흰색 조명)과 전구색(노란빛이 도는 은은한 조명)을 다른 스위치로 사용합니다. 인테리어 전문가분들로부터 ‘조명은 전구색을 사용하라’는 조언을 자주 듣는데요, 저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두 가지 다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분위기에 맞춰 조명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포인트 조명의 경우, 작은 조명을 여러 개 세팅하여 목적에 따라 쓰는 게 좋아요. 밤에 와인을 마신다면, 테이블 위에 펜던트 조명 혹은 주변의 스탠드 조명 하나만 밝혀도 충분하죠. 중심은 밝히고 주변을 어둡게 하여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 그때의 분위기에 집중할 수 있어요.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조명에 흥미가 생기는데요, 조명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브랜드 혹은 직접 조명을 구매하러 갈 수 있는 편집숍 등이 있다면 어딘가요?
1874년 덴마크에서 탄생한 브랜드 ‘루이스폴센’을 소개하고 싶어요. 오랜 역사만큼 다수의 스테디셀러 라인업을 보유하고, 많은 디자이너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조명 브랜드입니다. 조명이 갖춰야 할 최적의 비례감과 감각적인 실루엣, 눈부심 없는 최적의 설계로 실용성을 중시해요. 눈이 편안하면서도 디자인을 보는 즐거움까지 놓치지 않아 경외심이 들 정도죠. 성수동에 쇼룸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둘러보시길 바라요. 최근에는 좋은 컬렉션을 갖춘 편집숍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Hpix’가 흥미로워요. 단순히 판매 개념을 넘어 제품과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전시를 기획하는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상품을 보여주거든요. ‘Hpix’에서는 일광전구의 제품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말 및 새해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지난 8년간 일광전구의 리브랜딩을 통해 ‘한국에 일광전구라는 오래된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렸다고 생각합니다. 백열전구가 100년간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듯이 일광전구에서 만드는 조명이 다음 100년을 잇는 조명의 아이콘이 되었으면 해요. 다가오는 새해에는 좀 더 제품에 집중하여 한국의 ‘국민 조명’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2022년은 일광전구 창립 6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해요. 2월 말,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신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INFO
일광전구 라이트하우스
운영
매일 11:30~21:30 (넷째 주 월요일 휴무)
주소
인천광역시 중구 동인천동 참외전로174번길 8-1
문의
032-765-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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