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를 치는 방’이라는 뜻의 ‘잠실’은 본래 여의도와 같이 신천강과 송파강이 감싸는 하중도였다. 장마가 찾아오는 여름이면 한강 수위가 높아져 물에 잠길 수밖에 없었던 이곳의 오래된 여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뽕나무 밭을 쓸어간 홍수를 떠올리곤 한다.

잠실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1971년. 잠실대교 착공과 송파강 매립으로 75만평에 이르는 잠실지구 개발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이후 1979년에 잠실지구를 포함한 송파구가 강남구에서 분리되었고, 그 규모는 점점 커져 우리나라 자치구 중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 되었다.

송파구의 성장 이면에는 롯데가 매입한 잠실부지의 발전도 한몫했다. 2017년에는 123층에 달하는 대한민국 최고층 건물 ‘롯데월드타워’가 오픈하여 이를 중심으로 석촌호수 인근의 상권이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비만 오면 홍수가 나던 모래섬 잠실이 이제는 유행을 선도하며 새로운 흐름을 범람시키는 지역으로 성장한 것이다.

석촌호수 주변 카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시절,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커피 깨나 마시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좀처럼 커피에 설탕을 타먹지 않았고, 뜨거운 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좋은 커피일수록 따뜻하게 마셔야 그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누구나 커피 없이는 하루 일과를 보낼 수 없는 ‘커피의 시대’가 되었다. 여전히 따뜻한 커피를 고집하는 애호가들도 있지만,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커피)’가 대세를 이룰 만큼 아이스커피의 위상이 높아졌다. 소위 ‘제3의 물결’이라 불리는 스페셜티 커피 트렌드가 전반적인 커피의 품질을 높이면서 아이스커피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얼음이 동동 뜬 아이스커피에서도 과일의 상큼함부터 초콜릿의 달콤함까지 다양한 맛과 향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커피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커피몽타주

커피와 우리의 인생이 몽타주처럼 하나의 작품이 되는 순간을 위해, 커피몽타주는 스페셜티 커피로 만든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대표 블렌드인 ‘센스 앤 센서빌리티’, ‘비터스윗 라이프’로 만든 에스프레소 음료는 물론, 시즌마다 단일 국가, 단일 농장에서 엄선한 싱글 오리진 커피로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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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름은 싱글 오리진 커피를 가장 신선하게 맛볼 수 있는 계절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와 케냐, 아시아 대륙의 인도, 그리고 코스타리카와 과테말라 등 중앙아메리카의 산지는 대부분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가 커피 수확철인데, 이 커피들이 가공을 거쳐 한국 항구에 도착하는 시기가 대략 6월 말부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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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웅 대표에게 커피몽타주를 처음 찾는 이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커피가 무엇인지 묻자 “좋은 브라질 커피는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독특한 향미와, 산미를 부담스러워하는 취향의 소비자들도 즐길 수 있는 단맛과 고소함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브라질 커피를 추천한다. 현재 판매 중인 ‘브라질 오닉스 내추럴’은 아이스커피로 마시면 포도와 무화과의 단맛과 청량감을 맛볼 수 있다.

커피몽타주에서는 올 여름 처음으로 시즌 한정 블렌드 ‘치피스트 플라이트(Cheapest Flight)’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와 협업해온 김사홍 바리스타와의 행사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브라질 다테하(Daterra) 지역의 싱글 오리진 커피 2종을 사용한 블렌드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를 추구하는 커피몽타주의 방향성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시즌 한정 블렌드를 못마셨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커피가 자라난 그곳으로 떠날 수 있는 가장 저렴한(Cheapest) 티켓은, 제철 커피를 내려주는 커피몽타주에 언제나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INFO

커피몽타주

운영

월-금 08:00~18:00, 토-일 10:00~18:00

주소

서울 강동구 올림픽로48길 23-12

문의

070-8262-1303

인스타그램

이월커피로스터스

이월커피로스터스의 대표 커피인 만월 블렌드는 8년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아메리카노로 마실 때는 고소한 아몬드 향미가, 라떼로 마실 때는 상큼 달콤한 오렌지 향미가 입안을 감싼다. 특히 아이스로 마셨을 때 청량감이 더 살아나는데, 브라우니와 티라미수, 마들렌 등 매장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베이커리 메뉴와도 궁합이 좋다.

만월 블렌드는 콜드브루 커피로도 제공된다. 여름철이 되면 콜드브루 보틀(500ml)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커피 원액과 물 혹은 우유를 1:3의 비율로 섞고 얼음을 타 마시면 된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원액을 부어 마시는 ‘콜드브루 아포가토’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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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가 처음 문을 연 2월의 이름을 딴 ‘이월커피로스터스’는 송파에 위치한 1호점과 2호점을 비롯해 경기도 마석과 서울 성수에 총 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월커피로스터스의 김재협 대표는 송파에 1호점 매장을 오픈할 때부터 ‘송파를 대표하는 카페가 되자’는 목표를 가졌다고 한다. 그 바람을 담아 꾸준히 좋은 커피를 선보인 탓일까, 4곳의 매장은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제는 설레는 봄을 맞이하는 ‘2월’의 의미를 넘어 때가 되면 가득 차올라 밝게 빛나는 ‘만월’처럼 모든 계절을 비추는 카페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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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이월커피로스터스 송파점

운영

일-목 09:30~22:30, 금-토 09:30~23:00

주소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5길 14

문의

070-8839-1004

위딘커피 로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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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이 넘는 시간을 북유럽에서 보낸 위딘커피 송한 대표는 그곳에서 만난 보석처럼 빛나는 커피를 잊지 못한다. 북유럽 스페셜티 커피의 특징 중 하나인 ‘노르딕 로스팅’은 원두가 옅은 황색을 띨 만큼만 약하게 볶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로스팅한 커피는 상대적으로 산미가 살아나고 향이 풍성해져 생두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다. 위딘커피에서 제공하는 모든 커피는 이 노르딕 로스팅을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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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와 브루잉 모두 매일 다른 종류의 싱글 오리진 커피로 추출한다.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이 커피들은 마치 한 잔의 차와 같아 잠을 깨우기 위한 아침에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해질녘에도 잘 어울린다. 마치 북유럽의 어느 거리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커피 덕분인지, 위딘커피를 한 번 찾은 사람은 꼭 다시 이곳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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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딘커피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은 비단 커피 뿐만이 아니다. 커피도 칵테일처럼 즐겁고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만든 ‘선플라워’는 이곳의 인기 메뉴다. 노르딕 스타일의 에스프레소, 오렌지주스와 시럽, 토닉워터를 절묘한 비율로 조합해 산미가 돋보이면서도 청량감 넘친다. 주문하는 즉시 고무망치로 얼음을 부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크러시드 아이스가 가득 찬 잔에 담긴 음료는 보는 것만으로 더위를 잊게 만든다.

INFO

위딘커피

운영

매일 11:00~19:00, 수요일 휴무

주소

서울 송파구 가락로17길 4-9

문의

02-10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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