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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잠시 걷다 보면 석촌호수로 들어가는 작은 입구가 나온다. 바로 석촌호수 산책로의 시작점이자 ‘문화실험공간 호수(이하 호수)’가 있는 곳이다. 한때 레스토랑이었던 ‘호수’는 송파구 문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석촌호수와 어우러지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당신이 상상하는 더 나은 삶, Better Life, You Imagine’이라는 슬로건 아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더 많은 사람이 찾는 공간이 되었다. 최근에는 안목 높기로 소문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51회의 촬영지로 소개되며 인기를 입증했다.

1F 제로라운지, 제로스테이지, 스마트헬스케어존

산책로를 여유롭게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편안한 마음으로 호수의 문을 열었다. 내부의 작은 카페에서 풍기는 은은한 커피향이 날아와 반긴다. 1층에는 카페와 라운지가 있어 누구나 편히 머물다 갈 수 있다. 날이 좋으면 전면 폴딩도어를 활짝 개방한다고 하니, 산책길에 잠시 들러 커피 한 잔 마셔도 좋겠다. 평소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는 제로스테이지, 제로라운지는 때에 따라 음악회나 버스킹이 열리는 소규모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충분히 둘러봤다면 입구 쪽에 있는 나선형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 보자.

2F 라운지 호&수, 미디어룸

호수에서 가장 넓은 라운지 ‘호’와 ‘수’는 전시·공연이 열리는 다목적 공간이다. 안쪽으로 따라 들어가면 영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룸이 나온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석촌호수를 마주한 크고 작은 창들. 시원하게 뚫린 창 너머로 계절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벚꽃이 피는 계절에는 1열에서 벚꽃 나무를 즐길 수 있는 명당으로 입소문 났다.

호수의 전시는 매번 흥미로운 주제로 기획되는데, 작가 노트를 통해 관람객이 작품을 상상하는 <작가 노트.zip>, 공예 작품의 실질적인 쓰임을 이야기하는 <낯선 공예: 새로운 일상으로의 초대>와 같이 색다른 관점의 전시가 주를 이룬다.

 

 

에디터가 방문한 날에는 청년 예술가 7인이 참여한 <초록색 수집>이 열리고 있었다. 이름대로 산, 들, 바다, 강의 초록빛 자연을 표현한 예술작품을 호수 내부로 가져온 전시다. 공예, 사진, 회화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저마다 자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도심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초록색을 수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되었다. 초록 물결의 석촌호수를 연장해 놓은 듯한 전시 <초록색 수집>은 오는 7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고 방문해보자. 

에디터 TIP

<초록색 수집>을 감명 깊게 봤다면, 전시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초록 정원사>는 홈가드닝을 배우며 작품 속 아름다운 자연을 되새기고, 집에 정원을 가꾸며 마음을 다스려보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아이와 함께 방문했다면 어린이 예술프로그램인 <그린(Green) 그림>도 추천한다. 전시해설과 함께 주변의 풍경과 환경을 생각해보고 그림을 통해 자연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표현해보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선착순으로 조기 마감될 수 있다.

3F 미래교육센터 4관, 생활문화지원센터, 쿠킹 스튜디오, 호수 테라스  

전시 '초록색 수집'의 이지우 작가 작품이 걸려 있는 3층 로비
전시 '초록색 수집'의 이지우 작가 작품이 걸려 있는 3층 로비

‘호수’를 둘러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전시·공연 외에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잘 준비되어 있는 점이다. 방문객의 숨겨진 재능을 찾아주는 원데이 클래스 <재능발견연구소>는 아이패드 드로잉, 키즈 가드닝, 전통주 만들기 등 다양한 연령대와 트렌드를 반영해왔다. 전면이 통유리로 된 쿠킹 스튜디오는 수업뿐만 아니라 공유 주방 프로그램 <우리끼리 식당>이 진행되는 곳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을 즐기기 어려워졌던 시기에 소중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음식을 나누어 먹을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사전 신청만 하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니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마지막 층만큼은 놓치지 않기를 당부한다. 클래스 공간 옆으로 볕이 쏟아지는 테라스가 있기 때문. 작은 규모임에도 흰색 벤치와 하늘을 뒤덮는 울창한 나무가 마치 유럽의 가정집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의자에 늘어지게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공원을 오가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수선한 생각은 비워지고 명상하듯 기분이 맑아진다.

에디터 TIP

<우리끼리 식당>, <재능발견연구소>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단, <재능발견연구소>는 소정의 재료비가 필요하다. 두 프로그램 모두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 시스템(yeyak.seoul.go.kr)을 통한 사전 예약이 필수. 자세한 내용은 <문화실험공간 호수> 블로그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INFO

문화실험공간 호수

운영

화-일 09:30~20:00, 월요일, 공휴일 휴관

주소

서울 송파구 송파나루길 256

문의

02-3431-9784

인스타그램

Photograph  /  G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