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하루 끝, 얼음 가득한 하이볼이 생각난다면 한여름에 진입한 것이다. 하이볼의 짜릿한 탄산과 은은한 위스키 향은 열대야마저 사랑하게 만든다. 평일 저녁에 마셔도 부담 없고 어떤 안주와도 잘 어울리는 하이볼 맛집 두 곳을 소개한다.
- 글
- GEEP
개성이 담긴 하이볼
맨프롬오키나와
때로는 새로운 맛이 끌릴 때가 있다. 술은 알수록 맛있고, 맛볼수록 즐거워지기 마련이니까. 미식의 세계를 넓혀줄 하이볼 바 ‘맨프롬오키나와’는 오픈한 지 9개월이 채 안 됐지만 잠실 핫플로 떠오르고 있다.


맨프롬오키나와는 송리단길 이자카야로 유명한 ‘사케쇼프’의 네 번째 프로젝트 공간으로 각종 상점과 가정집이 얽혀 있는 골목에 들어섰다. 1층에 위치한 와인바 ‘타임투칠’ 옆 작은 출입구를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맨프롬오키나와가 나온다. 클래식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매장 내부는 영화 <킬빌>의 챕터 ‘맨프롬오키나와’에 나오는 스시집을 모티프로 했다. 한때 미국 영토였던 일본 최남단의 섬 오키나와는 동서양의 식문화가 섞여 있는 지역으로 맨프롬오키나와가 추구하는 색다른 일식과도 상당 부분 닮았다.



첫 방문이라면 맨프롬오키나와의 하이볼 리스트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대부분 허브와 과일을 인퓨징한 메뉴이기 때문. 인퓨징(Infusung)은 술에 특정 재료를 우려내 맛과 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곳의 시그니처인 ‘시소 하이볼’도 일본의 식재료인 시소를 보드카에 두 달 정도 인퓨징한 기주로 만들었다. 시소향 기주에 탄산수를 넣고 시소 원액 스프레이를 뿌려 향을 덧입히는데, 시소 특유의 부드러우면서 상쾌한 맛이 입안에 맴돈다. 요즘처럼 습도 높은 날에는 시소 하이볼에 유자사케를 더한 ‘유자 시소 하이볼’도 추천한다. 상큼한 유자향 끝에 퍼지는 은은한 시소향이 불쾌지수를 유쾌지수로 바꿔줄 테니 말이다.



평소에 풍미 가득한 버번위스키를 좋아한다면 ‘버번 오렌지 캐모마일 하이볼’도 훌륭한 선택이다. 버번에 오렌지 필, 캐모마일을 인퓨징해 한 모금 안에도 오렌지향, 캐모마일향, 버번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하이볼이다. 맨프롬오키나와의 하이볼은 대부분 단맛이 없어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은데, 삶은 돌문어를 살짝 튀겨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인기 메뉴 ‘돌문어 튀김’과 메주콩 퓌레와 미트 소스가 올라가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미트소스 알배추’도 함께 먹어 보길 추천한다.
이 밖에도 맨하탄 칵테일을 하이볼로 재해석한 ‘맨하탄 하이볼’, 우롱향과 복숭아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우롱 피치’ 등 미각을 깨워줄 다양한 하이볼이 준비되어 있다. 어떤 하이볼을 마셔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바텐더에게 도움을 청하자. 당신의 취향에 맞춰 친절하게 알려줄 것이다.
INFO
맨프롬오키나와
운영
화-일 17:00~02:00, 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 45길 24-18 2층
메뉴
시소 하이볼 14,000원, 버번 오렌지 캐모마일 하이볼 16,000원
문의
010-2113-9802
전통 하이볼의 강자
코코로
14년째 방이동 골목을 지키고 있는 이자캬야 ‘코코로’는 동네 주민과 근처 회사원들의 소중한 아지트다. 일본어로 ‘마음’이라는 뜻의 코코로(こころ)는 모든 요리에 정성을 다하고자 하는 주인장의 각오를 담았다. 단골 손님들과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위해 매일 가락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공수하고,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새로운 메뉴를 연구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심을 엿볼 수 있다.

위스키와 탄산으로 만드는 하이볼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맛있게’ 만들기는 어려운 술이다. 얼음의 형태부터 레몬을 짜는 방식까지 여러 합이 맞아야 맛있는 한 잔이 탄생한다. 단골들 사이에서 하이볼 맛집으로 소문난 코코로는 특히 얼음에 신경 쓴다. 제빙기 얼음은 관리가 편리하지만 쉽게 녹아 맛을 해칠 수 있기에 틀에서 최소 하루 이상 얼린 얼음만을 고집한다. 이렇게 단단한 얼음을 넣는 것이 첫 모금부터 마지막까지 하이볼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코코로의 하이볼은 레몬, 자몽, 라임 맛으로 나뉘는데 기주로 시트러스 계열 하이볼과 잘 어울리는 ‘가쿠빈 위스키’를 사용한다.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리는 하이볼의 정석 ‘레몬 하이볼’로 시작해 모히토처럼 상쾌하고 시원한 맛의 ‘라임 하이볼’로 넘어가 보자. 조금 더 취하고 싶다면 ‘자몽 하이볼’로 마무리해도 좋다. 잘 익은 자몽을 갈아 넣어 쌉싸름하고 상큼한 맛이 특징으로, 풍부한 과즙 덕에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편히 마실 수 있다.


이자카야에 왔으니 하이볼과 어울리는 안주를 맛볼 차례. 코코로 단골들이 많이 찾는 ‘연어 사시미’는 7kg 이상의 연어만 소량 공수해 숙성 후 얼리지 않기 때문에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짭짤하고 달콤한 맛이 생각난다면 하이볼의 단짝 ‘오코노미야키’도 추천한다. 아삭하게 씹히는 숙주와 인심 좋게 들어간 해산물이 먹는 즐거움을 더할 것이다. 맛있는 안주는 하이볼 한 모금을 부르고, 시원한 하이볼은 다시 안주를 부르니 과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자. 적당한 취기를 느끼고 싶은 여름밤, 시원한 술과 맛있는 안주가 있는 코코로를 아지트 삼아보면 어떨까.

INFO
코코로
운영
월-수 18:00~24:00, 목 18:00~02:00, 금-토 17:30~02:00, 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2길 41
메뉴
가쿠 하이볼(레몬) 8,000원, 가쿠 하이볼(라임) 9,000원, 연어 사시미 28,000원
문의
02-416-0518
인스타그램
Photograph / G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