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EPER’S COLLECTION은 브랜드 마니아의 ‘덕력’과 오랜 팬만이 알고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다각도로 이야기하는 GEEP의 오리지널 콘텐츠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한 브랜드의 마니아가 아닌 ‘허브 수집가’를 소개한다. 허브를 너무 좋아해 베란다에 정원을 만든 블로거 ‘퀘럼’에게 올봄 집안에서 기르기 좋은 허브를 추천받고 홈 가드닝의 매력에 관해 물었다.
- 글
- GEEP

허브 수집가이자 블로거 ‘퀘럼’
10년 전 허브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허브를 키우고 있다. 허브는 수많은 식물 중 요모조모 쓸모가 많은 녀석이다. 오랜 옛날에는 진정 효과를 지닌 약초이자 방부제, 살충제로 쓰였고, 오늘날에는 요리와 미용,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다. 이런 허브의 다양한 매력에 반해 허브를 키우는 일상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했다. 허브를 포함한 여러 식물을 키우는 노하우, 과정, 활용법을 기록하다 보니 많은 분이 좋게 봐주셔서 파워 블로그에 선정됐고, 허브를 주제로 두 권의 책을 냈다.

허브와의 첫 만남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부터 식물을 좋아해 씨앗을 채종하여 화단에 심고 화초를 키우곤 했다. 그때 처음 허브를 접했다. 흔한 화초와 달리 다양한 쓰임이 있고, 향까지 맡을 수 있는 허브가 좋았다. 내가 처음 돌봤던 허브는 ‘커리플랜트’다. 향이 참 좋고, 은은한 은색 빛이 도는 잎이 아름다웠다. 여전히 커리플랜트를 좋아하지만, 로즈메리와 바질에 비해 활용도가 낮아 현재 키우고 있진 있다.
로즈메리, 스위트 바질
로즈메리와 바질을 향한 한결같은 애정
남서향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50가지 이상의 허브를 키웠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남향이라서 키울 수 있는 허브의 종류와 규모가 반 이하로 줄었다. 허브는 햇볕을 좋아한다. 특히 여름철 햇볕이 정말 중요한데, 남향 아파트는 여름에 햇볕이 부족해 허브를 키우기 쉽지 않다. (오히려 동향 아파트에 살 때 웃자라더라도 어느 정도 일조량이 확보되어 허브를 키우기 좋았다.)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지만, 허브의 가짓수를 줄여도 가장 좋아하는 로즈메리와 스위트 바질은 꾸준히 키우고 있다. 둘 다 예쁘고, 요리 활용도가 높다. 특히 로즈메리는 자랄수록 수형(樹形)을 잡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봄에 어울리는 향을 가진 허브 추천 리스트
활용도가 높아 허브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고, 베란다에서 키우기 수월한 네 가지 허브를 추천한다.
로즈메리는 어떤 향으로 딱 집어 표현할 수 없는 그 자체의 향을 가졌다. 향기가 진
해 손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향이 뿜어져 나온다.
무난한 사과향 덕분에 호불호가 적다. 에이드, 모히토 같은 음료에 애플민트 잎을 띄워 마시면 달콤함이 배가 된다.
잎을 요리에 넣으면 상큼한 레몬향 덕분에 풍미가 더해진다. 어디서든 잘 자라 재배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향도 좋지만, 요즘 날씨에 키우기 적합하다. 추위에 약해 온도가 낮은 2~3월에는 성장이 더디지만, 따뜻한 4월이 되면 무럭무럭 잘 자란다.
허브를 잘 키우는 노하우
허브는 햇볕을 좋아해 일조량이 없는 실내에서는 키우기 힘들지만 겨울을 날 수 있을 정도로 추위에 강한 품종이 많다. 생명력과 번식력이 좋은 만큼 뿌리가 화분을 꽉 채우기 전에 분갈이해줘야 한다. 허브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바질을 키우고 싶다면 LED 조명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바질은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냉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이때 LED 조명을 비춰 온도를 높여주면 금세 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상에서 허브를 활용하는 방법
허브는 요리에 해당하는 허브차, 허브솔트뿐 아니라 천연 염색제, 방향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단, 약용식물이므로 남용은 주의하자. 허브는 증산작용이 활발해 천연 가습기 역할도 한다. 만약 가습 효과를 크게 누리고 싶다면 관엽식물을 같이 키우자. 공기 정화와 가습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관엽식물은 잎이 크고 화려해 인테리어 효과도 볼 수 있다.
허브에 대한 의외의 사실
많은 사람이 허브를 단순히 ‘향이 나는 식물’ 정도로 생각한다. 향을 가진 종류가 많을 뿐이지, 향이 난다고 다 허브는 아니다. 허브는 푸른 풀을 의미하는 라틴어 ‘허바(Herba)’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약효를 지닌 식물을 뜻한다. 평범한 채소라고 생각하는 깻잎, 상추, 치커리 등도 약효를 지니고 있어 허브로 구분된다.
MINI INTERVIEW
퀘럼은 허브뿐 아니라 관엽식물, 다육식물, 채소와 화초를 배란다에서 키우는 홈 가드너이다. 이번엔 그녀에게 홈 가드닝에 대해 물었다.
요즘 홈 가드닝 열풍이 대단합니다. 반려식물이 대세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았고 ‘홈 가드닝’으로 관심이 쏟아진 것 같아요. 식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이 코로나 블루 해결 방안으로 주목받기도 했으니까요. SNS 역할도 큽니다. 타인이 올리는 예쁜 식물, 희귀식물을 보며 식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홈 가드닝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원에서 화초를 키우면 햇볕이 잘 들어 금방 무성하게 키워낼 수 있지만,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면 일조량이 적어 성장이 더디고, 웃자랄 수 있어요. 꾸준히 관리하고 정성을 쏟는 과정에서만 느껴지는 보람이 있죠. 밖에 나가지 않아도 언제나 집에서 편하게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홈 가드닝 관련 책을 두 권이나 쓰신 걸로 알고 있어요. 책을 쓰게 된 계기와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릴 때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해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글 쓰는 것이 적성에 맞았죠. 어느 날 출판사에서 블로그에 소개한 식물들을 책으로 소개하면 어떻겠냐고 제안받아 책을 내게 되었어요. 첫 번째 책은 『퀘럼이랑 집에서 허브 키우기』입니다. 오직 허브에만 초점을 맞춰 썼죠. 지금은 절판되었어요. 두 번째 책은 허브뿐 아니라 관엽식물, 화초, 다육식물 등 여러 식물을 다룬 『나만의 실내 정원』이란 책인데요. 초보 가드너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식물의 기본 정보, 재배의 기초, 홈 가드닝 공간 활용 팁이 담겨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힘들게 쓴 책이지만 어릴 적 꿈꾸던 작가의 꿈을 이루게 되어 기뻤죠. 홈 가드닝에 도움을 얻었다는 책 후기를 보면 큰 보람을 느껴요.
홈 가드닝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식물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홈 가드닝을 만만하게 보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하지만 식물은 아이와 반려동물을 돌보는 만큼 많은 애정이 필요합니다. 식물도 소중한 생명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홈 가드닝을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제공 / 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