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집가 제이슨,

디자이너의 디자이너로 불리는 디터 람스(Dieter Rams)의 작품과 브라운, 애플 등 1950~90년대 미니멀리즘 디자인 작품을 수집하는 4560 디자인 하우스의 운영자이자 20년 차 웹디자이너다.

수집의 시작

시각 디자인을 전공해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애플 컴퓨터는 상당히 고가였기에 쉽게 접하기 어려웠고 졸업 후 디자이너로 활동할 때도 팀 작업과 호환성 때문에 윈도우를 쓸 수밖에 없었다. 학생 시절 못다 이룬 열망을 충족하는 마음으로 애플 제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웹디자이너로 밤새워 일하며 픽셀 단위로 고민한 결과물이 금방 사라지는 것을 보며 번아웃이 찾아왔다. 그때 우연히 <브라운>의 수석 디자이너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턴테이블을 접했고,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디자인의 가치에 감동받아 1950~90년대 미니멀리즘 제품을 조금씩 모아 들였다. 공간이 부족할 만큼 컬렉션이 늘어나 오피스 공간을 활용해 소규모 전시를 연 것이 4560 디자인 하우스의 시작이다.

내가 애플에 빠진 이유

애플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단순하고 명료한 디자인 아닐까.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Jonathan lve)가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참고해 아이폰과 아이팟을 만들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였다면 애플은 그의 철학에 감성을 더해 아름답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맥북이나 아이패드처럼 소재 본연의 특성을 살린 가공 방식과 디테일은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잘 담아냈을 뿐 아니라 고급스럽고 매력적이다.

사용자 경험을 중시한 직관적이고 쉬운  UI/UX와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오늘날 디지털 디바이스의 표준이 되었다. 심플한 디자인과 독자적인 OS, 소프트웨어를 가진 애플은 그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했고 기기 간의 연동성, 연속성은 타사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의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는 21세기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혁신적인 제품은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경쟁적으로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지금의 21세기가 존재할 수 있었다.

나의 애장품

생애 첫 번째 애플 아이템은 아이폰 3GS와 4세대 아이팟이다. 현재는 아이폰 12와 아이패드 프로 M1을 사용 중이다. 약 2,000여 점의 수집품을 가지고 있지만 애플 제품만 따로 세어보진 않았다. GEEP 독자들에게 지금의 애플을 있게 한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제품을 소개하고 싶다.  

처음 소개할 아이템은 1세대에 해당하는 애플 리사(1979년 출시)로, GUI(Graphical User Interface)를 탑재한 애플 컴퓨터의 초기 모델이자 ‘실패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제품이다. 당시 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야심작이자 딸의 이름을 딴 리사(Lisa)는 비싼 가격 때문에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계기가 된 제품이지만 GUI 운영 체제를 최초로 갖춘 컴퓨터이자 세계 최초로 마우스를 탄생시킨 제품이라 의미가 크다. 2만 대밖에 판매되지 않았고 남아 있던 제품도 전량 폐기 처분했기 때문에 구하기 힘들었지만, 4560 디자인 하우스의 취지에 공감한 미국 셀러 덕에 수집할 수 있었다.

상단부터 아이맥의 전신 매킨토시 SE(Macintosh SE), 아이맥 G3(iMac G3), 아이팟 시리즈(iPod Series)

두 번째 2세대는 ‘형태는 감정을 따른다(Form Follows Emotion)’는 철학을 정립한 독일 디자이너 하르트무트 에슬링거(Hartmut Esslinger)가 디자인한 매킨토시 SE(1984년 출시)다. 마지막 3세대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맥 G3 등 애플의 대표 제품을 만든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이다. 그는 미니멀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애플 디자인의 정체성을 확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나의 위시리스트

1997년 애플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한정 발매한 매킨토시 ‘TAM(Twentieth Anniversary Macintosh)’은 아직 소장하지 못했다.

나만의 수집 방법

주로 이베이로 구매하고자 하는 모델을 끊임없이 검색한다. 구하기 어려울 때는 4~5년이 걸리기도 한다. 수집할 때 제품의 컨디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서 디자이너의 이점이 발휘되는데, 사진만 봐도 제품의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 꼼꼼히 확인해도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해외 배송이라 크고 무거운 것들은 종종 파손되어 오기도 하는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서 난감하다.

4560 디자인 하우스가 꿈꾸는 미래

수집하면서 희열을 느낄 때는 희귀한 물건을 찾았을 때가 아닌, 사람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받을 때다. 번아웃에서 시작한 수집이지만 이제는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4560 디자인 하우스가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초석이 된 바우하우스(Bauhaus)처럼 ‘좋은 삶을 위한 좋은 디자인’을 통해 디자인의 가치를 전하고 다양한 전시, 강연, 공연 등을 기획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인사이트와 기회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사라져 가는 것들을 꾸준히 아카이빙하다 보면 후대에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 믿는다.  

빈티지 컬렉터의 정수

4560designhaus

애플 초창기의 제품부터 아이폰, 아이맥 등 브랜드의 역사를 보고 싶다면 ‘애플 찐덕후’ 제이슨 대표의 수집품이 모인 ‘4560 디자인 하우스’로 오라. 바우하우스의 철학을 이어받은 디터 람스의 디자인 제품부터 애플 디자인까지, 산업 디자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공간이다. 현재는 팝업 전시로 만나볼 수 있지만, 조만간 ‘한국의 바우 하우스’로 성장하기 위해 전용 공간을 오픈할 예정이니 4560 디자인 하우스의 행보에 주목하자.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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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4560designha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