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담은 인테리어 가구

은하기획

See-saw, 2021 (사진 제공 : 은하기획)

마주했을 때 그저 그런 익숙함에 지나치는 물건이 있는가 하면, 마주친 순간 시선을 잡고 마음을 두드리는 것이 있다. 후자는 용도와 모양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은하기획은 세탁실의 세탁기, 놀이터의 시소와 탁구대 등 일상 속 모티프를 가구에 담았다. 최홍영 작가는 마음에 드는 책상을 찾다가 직접 만들기로 한 뒤,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가구를 통해 상상이 현실이 되는 모습에 매료된 그는 아버지가 운영했던 인쇄소 ‘은하기획’의 이름을 가져와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그가 가구를 시작했던 계기처럼, 모든 작업의 첫 번째 고객은 자신이라는 신념 아래 제작한다. 개인적인 미감과 취향을 녹여낸 결과 독특한 형태가 나오고, 고심을 거듭해 선택한 소재로 완성도 높은 가구를 탄생시켰다. 다른 이의 시선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서일까. 은하기획의 모든 가구의 형태와 쓰임은 관습적인 사고방식을 깨 버린다.

당신에게 행운을 안겨줄 가구

첫 번째, 버드 테이블(Bird Table)

새를 좋아한다면 주목! 두 다리로 꿋꿋하게 서 있는 이 귀여운 가구는 최홍영 작가의 초기 작품이다. 일반 테이블의 T형 다리에서 새의 발을 착안한 디자인으로, 간단한 구조의 사이드 테이블이지만 존재감은 확실하다. 다른 가구에 비해 작은 크기로 집에 들이는 데 부담 없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기 좋다.

두 번째, 멘션(Mansion)

일상에서 포착된 순간은 상상으로 이어지고 형태를 갖춰 나간다. 수납장 ‘멘션(Mansion)’은 매일 마주치는 빌라, 아파트 같은 일상적인 건물들이 작아지고 작아져 다른 ‘쓰임’이 되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발코니와 두 개의 창을 가진 서랍들이 반복적으로 배치된 형태로, 총 아홉 가구가 사는 건물이다. 서랍 곳곳에 아끼는 물건을 차례차례 입주시키는 상상을 해보자. 잡동사니들이 곧 나의 귀여운 주민이 되어줄 것. 상상을 담아 만든 물건은 또 다른 상상을 낳는다.

Record Storage (vinyl),  2020 (사진 제공 : 은하기획)
Record Storage (vinyl), 2020 (사진 제공 : 은하기획)

세 번째, 레코드 스토리지(Record Storage – Vinyl)

음악 스트리밍 시대지만, CD와 LP를 수집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잠수함의 잠망경에서 착안했다는 레코드 스토리지는 아날로그 매력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제작됐다. 이 역시도 음반을 수집하는 그의 취향이 반영되었다고. 상단 케이스에 앨범을 전시할 수 있어 시즌에 맞춰 교체하는 것만으로 집안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다. 음반 수납을 위한 가구지만 책이나 다른 물건을 수납하기에도 좋다.

MINI INTERVIEW

안녕하세요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은하기획을 운영하는 최홍영입니다. 개인적인 취향과 쓰임이 녹아있는 조금은 특별하고 재미있는 형태의 물건을 만들고 있어요.

작품을 보면 새, 빌라, 잠수함 등 다양한 형태가 돋보여요. 소재를 정할 때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모든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그리고 상상하죠. ‘레코드 스토리지’는 어린 시절 읽었던 <해저 2만 리>의 잠수함 ‘노틸러스’의 형태를 상상하고 그중 일부를 가구의 형태로 가져와 ‘쓰임’을 부여해 탄생했어요. 머릿속에서 맴돌던 상상이 밖으로 뻗어 나온 거죠.

관찰과 상상이 관건이네요! 하나의 작업물을 완성하기까지 과정이 궁금해요.

구상이 과정의 절반 이상인 것 같아요. 무언가 머릿속에 떠오르면 상상이 시작되면서 좀 더 실물을 구체화하고 쓰임을 고민해요. 구상이 끝나면 렌더링 작업이나 미니어처 도면을 그리며 본격적인 제작이 시작됩니다. 그때그때 작업에 어울리거나 끌리는 목재를 선택해요. 보통은 체리나 메이플, 요즘은 화이트 오크를 자주 쓰고 있어요. 이후 대패, 재단, 가공 후 조립, 마감의 과정을 거쳐 완성합니다.

GEEP의 1월 호 주제가 ‘piece of luck’입니다. 작가님은 ‘행운을 부르는 가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쉴 때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에요. 집돌이로서 편안한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취향에 맞는 가구는 물리적인 편안함을 넘어서 심리적 안정감과 즐거움을 가져오죠. 그런 곳에서 머물면 자연스레 좋은 일이 따라오지 않을까요?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실지 기대가 됩니다.

지금처럼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게 꾸준히 작업하고 싶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미감으로 풀어낸 작업인데, 많은 분이 공감하고 좋아해 주셔서 좋은 작업으로 보답하려고 합니다. 또 제 작업이 다양한 루트로 소개되어 많은 분의 피드백을 받고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결국은 사람들의 쓰임을 받아야 작업물이 완성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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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인상을 바꿔주는 가구

아르케 퍼니처
(Arche Furniture)

(사진 제공 : 아르케 퍼니처)

가구 하나만으로 공간의 표정을 바꿔주는 브랜드가 있다. ‘첫인상’ 시리즈로 알려진 아르케 퍼니처는 오창헌 디자이너가 2017년에 설립한 리빙 브랜드다. 광고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는 아버지의 철강회사에서 버려지는 고철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경험을 살려 공간의 이미지를 바꿔 줄 가치 있는 물건을 만들고자 브랜드를 시작했다. 철강 회사에서 버려진 고철로 업사이클링 가구와 소품을 만들었는데, 그가 제작한 가구가 하나둘 입소문을 타며 제품군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소상공인을 위한 제품으로까지 확대됐다.

 

기능과 미학을 놓치지 않은 아르케 퍼니처는 ‘근원, 선구하다’의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 아르케(arche)에서 차용해 ‘건축적 가구의 선구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건축적 가구란, 건축의 기본 요소인 구조적 안정성을 우선으로 하되, 건축물의 골격을 단순화한 가구를 말한다. 확고한 방향성처럼 아르케 퍼니처의 철제 가구는 구조와 디자인에 있어 견고하면서 위트 있는 디테일이 재미를 더한다.

당신에게 행운을 안겨줄 가구

첫 번째, 소화기거치스툴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사실이지만, 소화기는 어디에나 의무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안전을 위한 필수품이지만 투박한 모습에 애물단지 취급을 받곤 한다. 인테리어에 신경 쓰면서 사람들이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소화기거치스툴’이 탄생했다. 철제 프레임으로 만든 수납함은 깔끔한 소화기 보관이 가능하고 상단에는 책과 화분 등 다양한 물건을 장식할 수 있다. 새해에는 안전하고 좋은 일이 생기라는 의미를 담은 부적으로 선물해 보면 어떨까.

두 번째, 스테어 스툴

유려한 곡선과 은은한 색감이 돋보이는 ‘스테어 스툴’은 건축물에서 공간을 연결하는 계단과 수영장 핸드레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 가볍고 튼튼해 의자로 사용할 수 있고,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낼 때 사용하는 스태퍼, 마당이나 베란다에 두고 화분 테이블로 사용해도 좋다. 연결과 이동을 위해 존재하는 계단에서 모양을 가져온 것처럼, 스테어 스툴은 어디에 두어도 제 몫을 확장해낼 것이다.

팝 매거진 (사진 제공 : 아르케 퍼니처)

세 번째, 팝 매거진

작은 소품만으로도 훌륭한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다. 투명한 아크릴로 만들어 깔끔한 느낌의 매거진 랙은 개방감이 뛰어나 좁은 공간에서 더욱더 실용적이다. 좋아하는 사진이나 매거진, 레코드, 책등을 전시해 매일 공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자신의 취향을 담아내고 싶은 고객을 위해 하단 철판에 원하는 문구를 각인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MINI INTERVIEW

안녕하세요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철제를 기반으로 ‘첫인상에 남는 가구’를 만드는 오창헌입니다.

첫인상 가구 시리즈가 인기라고 들었어요. 어떤 의미를 담은 시리즈인가요?

좋은 첫인상을 위해서 ‘배려가 담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기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해요. 배려가 담긴 공간과 가구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다시 올 날을 기약하게 되는 거죠. 이런 기획에 맞춰 상업 공간을 위한 입간판을 만들고 있어요. 소비자에게 좋은 첫인상을 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소재를 정하기까지 영감이 되는 건 주로 무엇인가요?

평소에 자동차 같은 주변 사물들을 관찰하거나 버려지는 고철의 의도치 않은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요. 그리고 고객이나 지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이디어가 막 떠오르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디자인하고 만들어내요. 이후에 제품의 용도와 필요성을 고민하고, 긴 피드백 과정을 거쳐 제품이 탄생합니다.

작가님께서는 ‘행운을 부르는 가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가구를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오히려 저희 제품을 집에 두지 않으려 하는 편이에요. 종종 트렌드를 파악할 겸 이케아 제품으로 기분전환하죠. 업과 주거를 완전히 분리하는 환경이 저에게는 좋은 기운을 불러온다고 믿어요.

아르케 제품의 미니멀하면서 독창적인 디테일이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작업을 이어나가실지 궁금합니다.

매일 고철통을 주시하며 쓸 만한 고철을 선별하고 있는데요. 고철의 생김새가 다 달라서 통일된 제품을 만드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이 고철로 업사이클링 가구를 만드는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하고 싶어요. 혹시 관심이 있는 분은 인스타그램으로 연락 주세요! (웃음) 마지막으로, 지금처럼 세상에 있을 법하지만 없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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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케 퍼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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