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가님!  GEEP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즐거움을 그리는 드로잉메리입니다. 2015년부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세상의 모든 즐거운 사람들을 그리고 있어요.

보통 즐거운 기분일 때 작업하신다고 들었어요. ‘즐거움을 그리는 작가’라고 소개하셨는데, 즐거움이라는 감정에 주목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울하거나 힘이 없을 때는 자연스럽게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즐거울 때만’ 그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은 그리는 행위 자체가 그림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무척 즐거워요. 제가 워낙 밝은 주제와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릴 때 떠오르는 감정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즐겁게 그리고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신 후 영화 콘티 작가로도 활동하셨다고요. 꽤 재미있는 이력을 가지고 계시는데, 이전의 경험들이 현재의 드로잉메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제 작품에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뻗어나가요.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필요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력이 현재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니 단 한 장을 그려도 스토리가 있는 작업을 재미있어 하네요!

Behind_Beach, 2022

컬러링북 <Merry Summer>, <Merry People>은 출간과 동시에 그림이 취미인 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죠. 하나의 작업물을 완성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해요.

스케치와 채색은 대부분 아이패드나 노트에 미리 계획해두고 캔버스 단계로 가요. 캔버스로 옮길 때 색감이나 분위기가 그때그때 달라지곤 하는데, 이런 의외성이 꽤 흥미로워요. 저는 아크릴 물감을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처음에는 다른 재료에 비해 다루기 까다롭지 않고 접근하기 쉬워 사용했어요. 그런데 아크릴 물감이 익숙해질수록 캔버스나 종이 위를 부드럽게 덮는 느낌과 덧칠할수록 진하게 채워지는 발색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이제는 끊기 힘든 재료가 되었죠.

작가님 인스타그램의 히스토리를 따라가 보니 초기작들은 느낌이 조금 다르더라고요. 분홍빛 볼 터치가 매력인 지금의 메리는 어떻게 태어났나요?

2017년 여름의 초입이었어요. 작가로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이 많은 시기였고, 더운 작업실에 멍하니 앉아 낙서만 끄적거리곤 했죠. 그러던 중 대충 그린 낙서 하나가 갑자기 눈에 띄더라고요. 선은 투박하게 비뚤어져 있었고 단순한 눈, 코, 입과 길쭉한 볼을 가진 인물이었는데, 꽤 괜찮았어요. 낙서를 그대로 캔버스에 크게 옮기면서 캐릭터를 다듬었는데, 이 친구가 저의 첫 메리인 ‘멍메리’예요. ‘멍 때린다’는 것이 메리가 가진 최초의 감정이라는 부분에서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지금은 오뚝한 코도 생기고 눈도 좀 커지면서 좀 더 생기발랄한 메리가 되었는데 아마도 메리는 계속해서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 갈 것 같아요.

with you 6 & with you 3, 2021

메리의 변화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볼까요? 초창기 메리는 주로 혼자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강아지가 등장해요. 기존 세계관에서 조금 더 확장된 느낌이 드는데, 강아지가 등장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초반에는 혼자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메리를 그렸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혼자가 아닐 때의 감정도 존재할 테니 친구를 붙여주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은연중에 ‘혼자’라는 감정을 버리고 싶지 않았는지, 사람보다는 동물 친구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반려동물을 키워 본 적이 없지만, 가장 가깝고 익숙한 동물이 강아지라서 자연스럽게 메리의 친구가 되었네요.

작가님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상상의 즐거움’이라고 적혀 있어요. 문구처럼 작가님의 작품은 일상의 기분 좋은 순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죠. 상상과 영감의 원천이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 그림에서 일상이 느껴지는 이유는 제 영감의 원천이 바로 일상의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평소 드라이브를 좋아해서 가끔은 익숙한 도시를 벗어나 기분 좋은 바람, 탁 트인 바다와 하늘을 즐기고 와요. 누구나 상상하고 느껴봤을 경험이라 많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특히 멋진 장소에 앉아 바람을 쐬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행복한 상상을 할 때면 가장 먼저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곳에 앉아 있는 메리가 떠올라요.

GEEP 10월 호 주제가 ‘Dont Worry Be Happy예요. 작가님이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최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전시 준비로 작업실에만 갇혀 있다가 동해안으로 떠난 드라이브였어요. 조용하고 넓은 동해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일만큼 편안한 시간은 없다고 생각해요. 행복은 정말 작고도 찰나의 순간에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제 작업실은 오후에 햇빛이 강하게 들어오는데, 자주 보는 장면이지만 흔들리는 나뭇잎의 그림자와 빛에 반짝이는 물감들을 보면 벅차오를 때가 많아요.

기분 좋은 바람과 햇볕이 늘 작가님에게 소소한 행복을 선사하길 바랄게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많은 메리들을 그때그때 그려왔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메리들을 소개할 예정이에요. 메리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자유로운 주제의 그림이나 조형물 등의 아트웍을 시리즈로 묶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계속해서 좋은 작업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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