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지만 다른 도시의 시간을 먼발치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도시가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올라 순간의 풍경을 담아내는 도시 사진가 이성우. 그가 말하는 도시와 사진, 새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글
- GEEP
- 사진
- 김도현
먼저 <GEEP> 독자분들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도시 사진을 담고 있는 사진작가 이성우입니다. 본업은 회사원이고 부캐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주로 도시 전경을 기록하거나 건물과 공간 사진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8년 전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어느새 제2의 직업이 되었네요.


처음 사진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3 때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 올라 서울의 야경을 본 순간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일층 생활을 해서 그런지 높은 곳에 오를 일이 거의 없었는데, 63빌딩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후 도시의 변화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고 다짐했고, 성인이 되어 무작정 중고 카메라를 구입해 틈틈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학창 시절부터 평범하고 내성적인 편이었는데,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여러 사람과 소통하다 보니 자연스레 성격도 바뀌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진 작업을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많은 피사체 중에서도 도시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게 된 이유가 있나요?
내가 제일 잘 담을 수 있는 사진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했습니다. 전부터 틈틈이 찍은 사진을 개인 SNS에 올렸는데, 유독 도시 사진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하나 둘 생겨났습니다. 특히 외국인분들과 많이 소통하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고, 도시 사진을 더 열심히 찍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도시의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님만의 비결이 있다면요?
우선 늘 기후 조건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미세먼지 수치가 10um 이하로 맑은 날일 때 더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에어코리아(airkorea.or.kr)나 한국 대기질 예보시스템(kaq.or.kr)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미세먼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늘은 바람의 방향이 서풍인 날보다 동풍인 날 비교적 더 깨끗합니다.
다음으로 흔들림에 주의해야 합니다. 야경의 경우 장노출로 촬영을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본체인 바디와 삼각대의 연결 상태, 카메라를 고정하는 플레이트 등을 꼼꼼히 점검해야 합니다. 강한 바람이 부는 날에는 사진의 품질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감도를 올리고 조리개를 개방해 셔터스피드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일출 전 20분, 일몰 후 20분을 ‘매직아워’라고 하는데요. 이때 집중하면 더욱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보통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조리개 F8~10, IS0 100~200, 셔터스피드 6~10초, 전체 측광으로 세팅해 촬영합니다. 더불어 흐린 날 근거리 촬영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높은 곳에서 주로 촬영하다 보니 기상 상황에 민감한 것 같습니다. 매일 날씨 어플을 보며 촬영하기 좋은 날을 택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 사진의 주제를 잡는 게 생각보다 어렵고 그만큼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서울’이라는 큰 주제가 정해지면 ‘한강다리’를 부제로 다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때그때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편인데, 실제로 ‘마포구 야경’ 시리즈가 좋은 반응을 얻어 마포구청에서 상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이며,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기 전, 루프탑에서 꼭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마음에 용기 내어 롯데물산 홍보팀의 문을 두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제가 보낸 포트폴리오와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좋게 봐주셔서 사진가 최초로 123층 창문을 끼우기 전에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하필 촬영날에 한파와 강풍이 몰아쳐서 얼어붙은 손으로 힘들게 촬영했지만, 잠실 전경을 어안렌즈로 아찔하게 담았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새해를 앞두고 많은 분들이 자신만의 일출 사진을 찍고 싶을 텐데요. 작가님께서 추천하는 촬영 스팟과 알아 두면 좋은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새해 첫 일출을 보러 많이 가실 텐데요. 서울에서 추천해드리고 싶은 포인트는 성동구에 위치한 응봉산입니다. 응봉산은 롯데월드타워가 한 폭에 쏙 담기는 스팟이에요. 정상까지 계단으로 쉽게 오를 수 있고 교통이 편리해 접근성도 좋습니다. 해 뜨는 시간을 검색해 보고 일출 1시간 전에 출발하면 불타는 새벽 여명과 새해 첫 태양이 롯데월드타워를 관통하는 멋진 모습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겨울이라 아침 기온이 많이 내려가니 핫팩이나 내복 등으로 보온에 각별히 신경 쓰시길 바랍니다.

올해에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앞으로 진행 예정이거나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풍경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최근 심각해진 대기오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맑은 날 촬영한 도시 주요 스팟을 대기오염이 심각한 날 촬영한 사진과 비교해 기후변화와 이상기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올해에는 기회가 닿는 대로 다른 도시의 멋진 사진을 찍어보고 싶습니다.


작가님이 사진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요?
늦은 밤 도시의 수많이 불빛이 모여 프레임에 담기는데요. 도시의 밤이 아름다운 이유는 멋진 건물 때문이 아니라 불철주야 힘들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 때문이라는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