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기세가 대단하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재난’이라고 불러도 어색함이 없다. 하지만 이 더위 속에서도 우리를 밖으로 나오게 하는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빙수다. 여름날 믿음, 소망, 사랑 중 제일은 빙수라 했던가. 우리는 언제부터 빙수에 진심인 민족이 된 걸까. 한국인의 빙수 사랑을 파헤쳐 봤다.
- 글
- GEEP
빙수의 역사는 무려 기원전 30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에서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을 섞어 먹은 것이 빙수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얼음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빙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상류층만 즐길 수 있는 디저트였다. 고대 로마의 네로 황제는 알프스산맥의 눈을 로켓처럼 배송받아 꿀과 레몬즙을 뿌려 먹었고, 중국에서는 여름철 궁중 대신들에게 ‘밀사빙(蜜沙氷, 꿀과 팥으로 버무린 얼음)’이란 특식을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18세기 무렵부터는 유럽 귀족을 중심으로 우유 크림을 사용한 디저트가 유행하면서 아이스크림 문화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말기에 소개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크게 유행했는데, 소파 방정환 선생이 빙수에 관해 수필을 썼을 정도였다. 빙수를 맛있게 먹는 방법과 당시 경성의 빙수 맛집이 소개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는 그 시절부터 빙수에 진심이었던 듯하다. 한때 상류층의 사치 식품이었던 빙수는 가정용 전기 냉장고의 보급과 함께 대중화의 길을 걷는다. 이후 무더위에 지친 서민을 위로하는 시장표부터 고급 과일과 샴페인이 들어간 프리미엄 빙수까지 변신을 거듭하며 여름을 대표하는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100여년 전부터 내려온 빙수에 대한 이 마음, 고이 간직하며 달콤 시원한 빙수 한입 먹고 싶다면 잠실로 향해보자. 빙수를 먹기 위해 잠실을 방문해도 좋을 만큼 맛있는 빙수 맛집 4곳을 소개한다.
시그니엘 서울 더 라운지



호텔 업계의 빙수 판매량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요즘, 가히 ‘애망빙(애플망고빙수)’ 전성시대에 ‘시그니엘 서울 더 라운지’에서는 ‘제주 애플망고빙수’를 선보인다. 제주도에서 공수한 애플망고를 슬라이스해 듬뿍 쌓아 올린 빙수는 코코넛 과육이 들어간 얼음을 채워 고소한 맛을 더한다. 빙수와 함께 제공되는 시원한 망고 셔벗과 달콤한 망고 콩포트(과일을 설탕에 조려 만든 프랑스 디저트), 팥을 곁들이면 더욱 깊고 진한 망고를 느낄 수 있다.
아삭하고 달콤한 멜론을 동그랗게 파내 산처럼 쌓은 ‘멜론빙수’도 인기다. 멜론 과즙이 들어간 플레이크와 동그란 멜론 조각을 한입 가득 먹으면 무더위를 뚫고 밖으로 나온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두 빙수는 각각 코코넛과 멜론으로 만든 그릇에 제공되어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기분으로 눈과 입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국내 호텔 라운지 중 최고층에 위치해 서울의 전망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시그니엘 서울 더 라운지에서 미셰린 3스타 야닉 알레노 셰프가 컨설팅한 식사 메뉴와 다양한 디저트, 그리고 빙수를 먹으며 폭염에 맞설 힘을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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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토 11:00~22:00, 일 12:0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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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즈(ROYS)



새콤달콤한 과일빙수가 생각날 땐 ‘로이즈’로 향해보자. 대표 메뉴인 ‘생망고 목화빙수’부터 생딸기, 생블루베리 등 제철 과일이 올라간 빙수를 먹을 수 있다. 로이즈는 신선한 생망고를 제공하기 위해 선박이 아닌, 항공 직수입으로 망고를 들여온다. 덕분에 우리는 생망고 특유의 달콤함과 쫀득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목화빙수는 솜사탕같이 부드러운 식감과 천연 과즙이 들어간 담백한 맛으로 유명한데, 깔끔한 우유 얼음과 망고 향 가득한 망고 얼음 중 선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신선하고 좋은 제철 과일을 사용해 여름에는 생블루베리, 겨울과 봄에는 생딸기 목화빙수를 시즌 한정 메뉴로 판매하고 있다. 쫀득한 펄이 씹히는 밀크티를 빙수로 맛볼 수 있는 ‘밀크티 목화빙수’도 인기다.
로이즈는 설탕과 시럽보다 과일 본연의 맛을 내기 위해 집중한다. 좋은 재료만을 고집하는 것도 이러한 신념 때문이라고. 모든 과일은 꼼꼼한 선별과 세척을 거쳐 빙수와 수제 청, 에이드에 사용된다.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로이즈에서 맛있는 빙수로 더위를 이겨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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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망고 목화빙수 17,000~18,000원, 밀크티 목화빙수 14,000원,
생딸기, 생블루베리 목화빙수 시즌별 가격 상이
고든램지버거


빙수 전문점과 카페, 호텔 업계에서 벌이는 빙수 대전에 도전장을 던진 이가 있었으니, 바로 ‘고든램지버거’다. 프리미엄 버거 시장을 개척해 ‘오픈런’ 현상을 일으키며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고든램지버거가 ‘니커보커글로리(영국에서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 디저트의 한 종류)’ 스타일의 ‘애플망고빙수’를 새롭게 선보인다. 얼그레이 밀크티 얼음 베이스에 신선한 애플망고를 슬라이스해 감싼 빙수로, 밀크티 얼음 속 코코넛 셔벗과 망고 셔벗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빙수와 함께 망고 커드와 캔디 피스타치오, 코코넛 튈(tuiles, 꽃봉오리 모양을 한 프랑스식 과자)이 제공되어 취향에 따라 빙수와 곁들여 먹으면 더욱 고급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평일에만 하루 20개 한정, 100% 예약제로 판매된 빙수는 날마다 매진을 기록하며 큰 인기 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8월부터는 주말 예약까지 확대해 판매 중이다. 예약은 캐치테이블을 통해 가능하며, 빙수 메뉴 단독 이용은 불가하다. 여름 한정 메뉴로 8월 31일까지만 먹을 수 있으니 고든 램지가 선보이는 유럽 스타일의 빙수 맛이 궁금하다면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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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라떼리아 도도



빙수에서 아이스크림이 파생된 후 이탈리아에선 우유를 사용한 독특한 디저트가 발전했다. 바로 젤라토다. 공기 함량을 60% 이상 포함한 아이스크림과 달리 젤라토는 15~20%로 낮춰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낮은 지방 함량과 다채로운 재료 활용을 무기로 유럽과 미국 전역에 널리 퍼지며 오늘날 빙수와 아이스크림에 대적할 인기 디저트로 발전했다.
국내에도 유명 젤라토 전문점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데, 오늘 소개할 ‘젤라떼리아 도도’ 역시 그 중 하나다. 젤라토의 특징인 원재료에 대한 고집을 지키기 위해 자연에서 온 재료를 사용해 새롭고 재미있는 젤라토 경험을 제공한다. 매장에서 자신 있게 추천하는 메뉴는 사과잼 토핑이 올라간 ‘브리 치즈 젤라토’다. 브리 치즈와 우유를 함께 끓여 깊은 풍미를 살리고 직접 만든 사과잼으로 상큼함을 더했다. 브리 치즈와 사과잼은 미식가들의 나라 프랑스에서 많이 먹는 조합으로 누구나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다. 장미 향 가득한 ‘이스파한’도 대표 메뉴다. 끓인 우유에 장미 꽃잎과 홍차를 섞어 향을 입히고, 리치 알갱이와 라즈베리 잼으로 맛을 더해 입 안에서 만개하는 화사한 장미 향이 특징이다.
이뿐만 아니라 제철 작물을 활용한 건강한 젤라토도 맛볼 수 있다. 여름에는 초당 옥수수 젤라토와 자두, 참외, 복숭아 소르베 등이 인기다. 일 년 중 정해진 시기에만 먹을 수 있으니 철이 지나기 전에 먹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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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1길 21-24, 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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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시그니엘 서울 더 라운지, 로이즈, 고든램지버거, 젤라떼리아 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