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와 애호에 관한 55가지 이야기 ‘아무튼’

다음 55개 단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피트니스, 서재, 게스트하우스, 쇼핑, 망원동, 잡지, 계속, 스웨터, 택시, 스릴러, 방콕, 외국어, 로드무비, 딱따구리, 트위터, 발레, 비건, 양말, 식물, 술, 요가, 문구, 예능, 기타, 떡볶이, 하루키, 순정만화, 메모, 산, 여름, 스윙, 언니, 달리기, 연필, 반려병, 목욕탕, 뜨개, 후드티, 인기가요, 클래식, 장국영, 싸이월드, 바이크, 술집, 아이돌, 무대, 아침드라마, 피아노, 노래, 할머니, 서핑, 사전, 잠, 드럼, 현수동

정답은 바로 ‘아무튼’ 시리즈의 주제들이다. 아무튼 시리즈는 코난북스, 위고, 제철소 세 개의 출판사가 함께 펴내는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다. 2017년 가을 ‘피트니스’ 편을 시작으로 햇수로 6년을 맞이한 오늘까지 세 출판사는 부지런히 돌아가며 총 55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2023년 1월 25일 기준) 

‘한 사람이 좋아하는 한 가지를 마음껏 이야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55개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보니 인물, 사물, 음식, 장소, 취미 생활 등 키워드가 다채롭다. 세상에 존재하는 단어라면 그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해도 좋을 만큼 주제도 폭넓다. 55명의 저자가 고른, 혼란스러운 세상살이에 힘이 되는 딱 한 가지가 이토록 다양하다는 사실은 새삼스럽게도 우리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각양각색의 빛깔을 띠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시리즈에 참여한 저자들도 특정 범위나 경계가 없다. 시인, 기자, 에세이스트, 소설가 등 글쓰기에 친숙한 직종부터 약사, 환경 단체 운동가, 마케터, 무대 연출가, 광고 기획자, 평범한 회사원까지 두루두루 속해 있다. 마치 굳건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OO 덕후’라고 불러도 화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오히려 좋아할 법한 저자들이 쓴 애정 관심사(史)는 가로 110㎜, 세로 178㎜, 평균 170쪽 내외의 200g 미만인 책에 조용히 담겨있지만, 독자가 책을 펼치는 순간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뻗어 나간다. 해당 주제에 공감하는 이들에게는 과거를 추억하며 울고 웃게 하고, 지루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는 ‘나도 무언가 시작해 볼까?’라는 신선한 자극과 도전 정신을 일깨우며 가슴 뛰게 만든다. 

(사진 제공 : 땡스북스)

“2017년 가을, 다섯 권으로 시작한 아무튼 시리즈가 2022년 54권을 맞이했습니다. (중략) 아무튼 시리즈는 나를 만든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자 내가 만든 세계, 내 삶의 심장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왔습니다. 한 개인이 좋아하는 것을 한껏 이야기하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쌓여 풍성한 세계를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 아무튼 시리즈 전시 서문 중 

땡스북스의 쇼윈도 전시에서 만난 ‘아무튼’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10일까지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큐레이션 서점 ‘땡스북스’에서는 아무튼 시리즈의 지난 5년을 돌아보는 쇼윈도 전시가 열렸다. 좀처럼 엮이기 쉽지 않은 54가지 주제를 8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계속 눈길이 가거나 펼쳐 보게 되는 책이 무의식에 잠재된 개인의 관심사를 알려주는 지표일 터. 가장 좋아하는 것 혹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타인의 관심사에 비추어 나의 행복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땡스북스에서 여덟 가지 주제로 분류한 아무튼 시리즈

생활 음악인 – 기타, 드럼, 인기가요, 클래식, 피아노

심신단련 – 계속, 달리기, 발레, 서핑, 스윙, 요가, 잠, 피트니스

잠시 여기를 벗어나 – 로드무비, 바이크, 서재, 싸이월드, 외국어, 잡지, 트위터 

사물과 취향 – 떡볶이, 목욕탕, 문구, 술, 쇼핑, 스웨터, 양말, 연필, 후드티 

반려와 연대 – 딱따구리, 메모, 반려병, 비건, 사전, 식물

덕후 생활 – 스릴러, 아이돌, 예능, 장국영, 하루키

나만의 시간과 장소 – 게스트하우스, 망원동, 무대, 방콕, 산, 술집, 아침드라마, 여름, 택시

세상을 연결한 여성들 – 노래, 뜨개, 순정만화, 언니, 할머니

에디터의 아무튼 시리즈 추천 도서 3

술꾼이세요? 이 책 안 읽어 보고 뭐 하셨어요? - '아무튼 술'
술꾼이세요? 이 책 안 읽어 보고 뭐 하셨어요? - '아무튼 술'김혼비, 『아무튼 술』, 제철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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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스무 번째로 출간한 책으로 김혼비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집이자 ‘세상 모든 술꾼을 위한 책’이라는 영광스러운 부제를 달고 다닌다. 아무튼 시리즈 55권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고와 인기도 순위*를 자랑하는 만큼 한 장씩 술술 넘어간다. 남은 페이지가 아쉽고, 읽다 보면 술을 마시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동시다발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마성의 책이다. *2023년 1월 YES 24 기준
이 구역의 하루키스트는 나야 나! - '아무튼 하루키'
이 구역의 하루키스트는 나야 나! - '아무튼 하루키'이지수, 『아무튼 하루키』, 제철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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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스물여섯 번째로 출간한 책으로 하루키의 문장에 이끌려 번역가가 된 이지수 작가가 썼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무튼 시리즈에 처음 등장한 '인물' 카테고리의 주제다. 출판사 리뷰에 따르면 아무튼 시리즈를 기획할 때부터 하루키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저자의 글에 공감하며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을 테니 '나도 어디가서 지지 않는 하루키스트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죽기 전에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또 다른 세계로 확장하는 설렘 가득한 두드림 - '아무튼 드럼'
또 다른 세계로 확장하는 설렘 가득한 두드림 - '아무튼 드럼' 손정승, 『아무튼 드럼』, 위고,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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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너무 좋아서 혹시나 언젠가 책을 싫어하게 될까 봐, 책이라는 세계가 자신을 내칠까 봐, 책과 거리를 두고 싶은 나머지 도무지 접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또 다른 세계가 절실해 '드럼'에 빠진 사람이 있다. 아무튼 드럼의 저자이자 큐레이션 서점 '땡스북스'의 서점인 손정승 작가의 이야기다. 2022년 12월에 출간한 아무튼 드럼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소중한 세계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세계를 찾아 나서는 저자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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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격려와 용기를 주는 아무튼의 뭉근한 온기

(사진 제공 : 땡스북스)

아담한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와 제작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참여 작가가 직접 손글씨로 남겨 놓은 ‘아무튼 코멘터리 북’에 살포시 숨어 있었다. 한 권 한 권 들춰볼 때마다 저자와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는 듯한 기분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전시가 끝났다고 코멘터리 북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코멘터리 북이 아니더라도 아무튼 시리즈를 읽을 때면 타인의 일기장, 즉 한 사람의 세계를 몰래 엿보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기분은 뭐랄까? 죄책감이 아닌 무해하고 귀여운 동물 영상을 보거나 여리고 순수한 존재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때처럼 무한 긍정과 해피 바이러스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사소한 계기로 소소하게 이어진 무언가를 향한 한 사람의 뜨거운 열정, 무한한 신뢰와 끝없는 사랑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따스한 위로를 받고 작은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마침내 ‘나도 힘을 내야지, 행복해져야지’ 하는 소박한 다짐을 하기에 이른다. 이것이야말로 어려운 출판 시장에서 아무튼 시리즈가 뭉근한 인기를 누리며 55개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닐까. 올해도 다양한 주제가 출판될 예정이는 사실에 기분 좋은 기대를 품으며, 마지막으로 아무튼 시리즈를 처음 시작할 때 세 출판사의 대표들이 던졌다는 질문을 건넨다.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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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땡스북스, 위고, 제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