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빈은 9922호다. <싱어게인> 참가자냐고? 아니, 김원빈은 문화재수리기능인 9922호이자 탱화를 그리는 작가다.
최근 한국적인 것이 주목받으며 영화 <사바하>, 드라마 <불가살> 등 ‘K-오컬트’ 콘텐츠에서 탱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불교의 신앙을 표현한 그림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미술로 발전한 탱화의 매력을 김원빈 작가에게 물었다.
- 글
- GEEP

불교 미술이 지금은 비주류로 분류될 수 있지만, 어느 문화권이든 종교와 예술은 함께하는 측면이 있거든요. 과거에는 불교 미술이 주류였던 셈이죠. 대학과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당대 주류 예술이었던 불교 미술과 전통 미학에 관심이 생겼어요.




불교는 아시아 전반에 퍼져 있잖아요. 주변 나라와 비교되는 한국 탱화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세월에 의해 손상된 흔적까지 복원하는 ‘현상 모사’나 원화가 완성된 당시의 모습을 연구해 복원하는 ‘복원 모사’를 할 경우 전통 방식 그대로 진행해요. 그리는 일 외에도 사전에 준비해야 할 과정이 정말 많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분들이 누에고치로 비단을 만들면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연결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교반수 처리(비단, 종이 등에 물감이 잘 묻도록 하는 작업)를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상황에 따라 염색까지 마치면 비로소 먹선을 올릴 수 있어요.

작년에 참여한 보물 제1345호 만연사(萬淵寺) 괘불탱화가 기억에 남아요. 일 년이 넘도록 가로 8m, 세로 6m가 넘는 탱화 앞에 엎드려 8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는데 이 과정이 마치 수행에 더 가깝다고 느껴지더라고요. 탱화는 단순히 시각적, 종교적 예술을 넘어 자신을 마주하고 명상하며 마음을 비우고 또다시 채우는 의식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토록 고된 작업임에도 작가님을 끌어당기는 탱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방영된다는 점이 중요한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한국의 매력을 많은 분들께 소개할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요즘 해외에서 한국 문화를 주목하면서 우리도 우리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제대로 마주할 기회가 생겼다고 보거든요. 박물관이나 전통 미술관에 가면 예전보다 사람이 많더라고요. 탱화를 배우려고 하는 20, 30대분들도 늘어서 재료인 석채(石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 같아요.


우선 근처 사찰에 한 번 방문해 보세요. 그리고 탱화에만 집중해 그림 양식이나 그려진 연도를 보기보단, 사찰과 어우러지는 분위기를 느끼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연 속에서 목탁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절에서 피우는 향 내음과, 꽃과 풀의 생명력을 느끼며 절 안 곳곳의 불교 미술을 감상하신다면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되실 겁니다.



Photograph / G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