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맞이하는 일상 속 여유로움

291포토그랩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은 단연 500장의 사진으로 채워진 메인 전시장이다. 밝은 조명 아래 진열장과 사진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백화점과 공간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전시장에 들어서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사진을 관람할 수 있다. 각 사진은 1번부터 500번까지 번호만 적혀 있을 뿐, 제목이나 작가의 이름과 같은 캡션은 찾아볼 수 없다. 500장의 사진에는 휴대폰으로 찍은 취미 사진부터 유명한 작가의 사진까지 구별 없이 섞여 있는데, 방문객들이 작품을 편견 없이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된 방식이다. 또한 오직 본인의 취향대로 작품을 고르는 재미를 발견하길 바라는 임수식 대표의 마음이 묻어나 있기도 하다. 

전시장에서 느낀 감성을 집에서도

사진은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A4용지 크기로 인화되어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좋은 크기이며, 자세히 보고 싶은 부분까지 살펴볼 수 있어 작가의 의도와 감정을 추측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시된 사진을 찬찬히 감상하다 보면 소장하고 싶은 사진을 찾기 마련인데, 다행히 500장의 사진은 모두 구매가 가능하다. 사진 아래 서랍을 열어 미리 인쇄된 새 사진을 바로 구매할 수도 있고, 재고가 없다면 현장에서 추가 출력을 요청할 수도 있다. 또한 여러 장을 사면 할인을 받기 때문에 방의 빈 벽이나 책상, 일터 등에 사진을 올려놓고 무심한 듯 감성을 뽐내기에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평소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직접 촬영한 사진을 291포토그랩스에 보내 봐도 좋다. 전시작으로 선정되면 내 사진이 진열장에 걸리는 뜻깊은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지원 조건은 없으며, 기회는 누구에게나 항상 열려 있다.

291포토그랩스를 시작한 이유

291포토그랩스는 ‘사진이 왜 팔리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현직 사진작가인 임수식 대표가 2014년 ‘협동조합사진공방’을 만들고, 부암동에 ‘공간291’이라는 사진 전시장 겸 도서관을 열었을 때부터 시작된 고민이었다. 매일 전시를 열고 사진집을 잔뜩 쌓아 놓아도, 선뜻 사진을 사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중에게 더욱 다가갈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부암동보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촌으로 장소를 옮긴 후에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임대표는 우연히 찾아온 롯데백화점의 제안으로 실마리를 찾게 됐다. 그리고 지금, 그는 사진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을 목표로 291포토그랩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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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의 애착이 담긴 공간

사진 전시장과 함께 도서관을 운영했던 이력 덕분인지 임수식 대표가 291포토그랩스에서 가장 애착을 갖는 곳은 사진집 판매 공간이다. 사진집이라면 출판사에서조차 출간을 망설이는 것이 현실이지만, 사비를 들여 꾸준히 사진집을 내는 후배들을 보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전시 공간 옆에 마련된 사진집 판매 공간에서 유독 따뜻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노란 텅스텐 전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전시를 충분히 즐겼다면, 옆으로 이동해 사진집을 한 권 펼쳐 보며 한 작가의 감성을 오롯이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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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하는 생태계를 꿈꾸며

291포토그랩스 앞에는 ‘사진의 모든 곳’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처음 공간을 준비하며 일 년 가까이 롯데백화점과 머리를 맞댄 끝에, 사진에 관한 것이라면 모두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콘셉트로 잡았다. 덕분에 291포토그랩스에는 상설 전시 공간과 사진집 판매 공간 외에도 특별 전시 공간, 스튜디오, 카메라 판매점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특별 전시의 경우 유명 작가부터 신진 작가들까지 대중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목적으로 운영 중이며, 매달 내부 회의를 통해 전시 작가를 선정한다. 스튜디오는 아직 자신만의 공간을 갖지 못한 젊은 작가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협업하며, 이와 별개로 방문객들이 증명사진, 프로필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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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91 포토그랩스의 꿈

291포토그랩스를 운영하며 임수식 대표의 고민은 완전히 해결된 걸까?

궁금증을 안고 마주한 그와 나눈 일문일답.

공간291에 이어 291포토그랩스까지 291이 계속 등장한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291은 사진계에서 상징적인 숫자다. 20세기 들어 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킨 분이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라는 작가인데, 그분이 뉴욕에서 몸담았던 화랑이 291화랑이었다. 그곳 주소가 뉴욕시 5번가 291번지라서 그렇게 불렀다고 하더라.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부암동에 열었던 전시 공간 주소도 부암동 29-1번지였다. 우연 치곤 운명 같은 기분이 들어 291이라는 숫자를 그대로 따서 이름 지었다.

부암동에서 서촌으로 장소를 옮겼을 때, 롯데백화점에서 제안을 받았다고.

담당자분들이 생각하는 공간에 관해 조언을 구하러 왔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도 사진 문화를 대중화해서 시장을 확대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협업까지 할 수 있었다. 설계부터 인테리어는 물론, 백화점이라는 대중적인 장소에 공간을 낼 수 있게 도와준 롯데 측에 참 감사하다.

백화점 안에 있다는 점이 어떻게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일단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전시된 사진을 본다는 것 자체가 큰 홍보가 될 수 있다. 또 직접 구매하시면서 비교적 저렴한 사진과 비싼 사진의 차이를 조금씩 생각하다 보면, 100명 중 5명이라도 사진에 관심을 두는 분이 생길 것이다. 이렇게라도 사진을 향유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사진작가, 갤러리의 상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도권 작가 중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거의 없을 정도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작품을 고르고 싶어도 어떤 작품을 사야 하는지 모르는 거다. 그래서 먼저 사진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연예인 사진전을 열고 싶은데, 연예인이 하면 일단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나. 연예인이 필름카메라로 사진 찍는 걸 따라 하는 것일지라도 우선 그런 행위 자체가 필요하다. 이런 접근 없이 ‘왜 사람들이 작품을 안 사지’, ‘왜 몰라주지’ 하는 건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더욱 알리기 위한 291포토그랩스의 비전이 있다면?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작가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도, 사진계와 기업을 이어주는 다리도 될 수도 있다. 예전에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도입됐을 때 캐논이나 니콘 같은 회사가 작가 지원을 많이 해 줬다. 제품 협찬부터 전시 후원 등등. 그래서 롯데백화점 담당자분과도 지원 관련 논의를 계속 나눌 예정이다. 또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행사를 계획 중인데, 집합 금지가 완화되면 사진 축제나 작가와의 토크 같은 이벤트도 열고 싶다. 10년 후면 지금의 노력들이 좋은 결실을 보지 않을까 싶은데, 그 가운데 291포토그랩스가 있었다고 기억해 주면 좋겠다.

INFO

291 포토그랩스 에비뉴엘 잠실점 서울

운영

월-목 10:30~20:00, 금-일 10:30~20:30

주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5층

문의

02-3213-2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