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제목의 책도 있건만 나만 빼고 다 사랑에 빠져 봄 노래를 슬슬 부르기 시작할 것만 같은 2월이다. 시린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올해는 기필코 솔로탈출을 염원하는 2030 남녀 22명에게 물었다. “2022년 연인이 생긴다면, 둘이서 함께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사랑에 빠지지 않곤 못 배기는 22명의 사랑스러운 답변을 전한다.
- 글
- GEEP
2030 여성편
1. 예시카 / 21 / 학생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하고 싶다. 이를테면, ‘같이 안무 짜서 춤추기’같은.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는 것만큼 좋은 데이트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춤이라는 게 쉽게 공유하긴 힘든 면이 있지만, ‘상대가 좋아하는 취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함께해 준다면, 그 마음이 더 따뜻하고 크게 느껴질 것 같다.
2. 왓썹지나 / 26 / 간호사
캠핑을 하고 싶다. 산으로 들로 노래를 들으면서 드라이브도 하고, 꽁냥꽁냥한 분위기 속에서 평소에 펴 본 적 없는 텐트도 함께 설치하며 음식을 만들고, 저녁엔 태블릿으로 영화도 보고, 모닥불 피워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추우면 서로 껴안고 잠들었다가 아침 이슬 털면서 같이 일어나 자전거도 타고, 배드민턴도 치고, 브런치도 만들어 먹고, 커피도 내려 마시고…!!! 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겁다! 텐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척척 해내는 남자친구를 보면 조금 설렐지도!?
3. 써니킴 / 28 / 회사원
여행은 계획 짜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결정할 것들이 한둘이 아닌데, 상대가 내 생각대로만 움직여 주길 바라진 않는다. 서로 의견을 조율하며 양보하는 마음으로 함께 여행 계획을 세우고 싶다. 연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오는지에 따라 날 생각하는 마음도 파악할 수 있다. 사실, 여행 가는 것도 좋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계획을 세울 때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4. 쎄시 / 30 / 미술관 MD
주변 사람들은 나를 두고 ‘널빤지’중독자라 부른다. 평소엔 한강에서 롱 보드, 여름엔 레이크 보드와 서핑, 겨울엔 스노보드를 즐기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내 연인이 적어도 두 가지 정도는 꼭 함께해 주면 좋겠다. 못 타봐서 주저하는 것만 아니면 된다. 평생 친절하게 무료 강습이 가능하니까.
5. 고녕희 / 30 / 영상 마케팅
거창하게 무언가 하려는 욕심 보다 그저 편안하게 마음 터놓을 수 있는 누군가와 소소한 삶을 함께 나누고 싶다. 20대에는 연애할 때도 어떤 거창한 목표와 계획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레 삶에 스며드는 그런 관계가 좋다. 그저 담담하고 평화롭게 연인과 소소한 삶을 나누고 싶다.
6. 짤랑이 / 31 / 광고회사 AE
백패킹! 그냥 캠핑도 아닌 백패킹이 해보고 싶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 위로 올라가 산꼭대기에서 하는 캠핑은 연인과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무수히 많은 별을 바라보며 별멍을 하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일출을 바라보는 것도, 말 그대로 낭만이지 않은가. 이 모든 낭만적인 순간을 좋아하는 사람과 나눈다면 얼마나 좋을꼬……
7. 온리원 / 32 / 국어 교사
‘손잡고 등산하기’다. 고심 끝에 등산을 선택한 이유는 등산을 통해 상대의 체력은 물론 정신력과 배려심까지 파악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서로 격려하며 산에 오르는 동안 온전히 두 사람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산 후 맛있는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느끼는 성취감은 또 어떤가. 건강한 데이트를 통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까지 남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데이트가 또 있을까.
8. 마리 / 33 /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프랑스 파리를 함께 가고 싶다. 어릴 적부터 신혼여행지는 유럽으로 정해 놨다. 그중 파리는 아직 가보지 못한 아껴둔 여행지. 반짝이는 에펠탑을 보고, 카페테라스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춰버린 상황에서 유럽 여행은 당분간 꿈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아니?! 어쩌면 연인이 생긴다는 것부터가 ‘꿈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일지도… 올해는 코로나가 종식되길 먼저 기원해 본다.
9. 이진 / 34 / 헤어 디자이너
지리산 둘레길 종주!? 아, 그냥 좋아하는 사람과 무작정 걷고 싶다. 누군가와 오래 걷는다는 건 사실 쉬운 게 아니다. 서로의 보폭에 맞춰야 하고 컨디션도 챙겨야 한다. 배려하지 않으면 함께 하기 힘든 활동인 것. 걸으면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음악도 듣고 자연과 새소리를 즐기며, 잠깐 쉬어 가는 시간에 사진도 찍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때로 힘이 부칠 땐 말없이 걸어도 좋겠다. 목표를 정해 놓고 걷기보다 상황에 맞춰 여유롭게 산책하듯이 걷고 싶다.

10. 우주스타 / 34 / 브랜드 마케터
다른 건 없다. 그냥 내가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라고 주변에 소개하고 싶다. 올해 서른 다섯인데, 아직도 진정 통하는 사람을 못 만났다. 수많은 결혼식 자리에 이제는 나만 빼고 모든 절친이 남친이 아닌 ‘남편’을 하객으로 데리고 오는데 말이다. 스쳐가는 사람이 아닌, 진짜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동네방네에 소개하며 알리고 싶다.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멋진 남친을 소개하는 게 올해 목표다. 세상이여 저에게 좋은 사람 딱 한 명만 내려주소서.
11. 리솜 / 36 / 프리랜서
2022년 코로나가 종식되어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다면 호주의 휴양지 골드 코스트에 가고 싶다. 끝도 없이 펼쳐진 해변에서 무한한 자유를 만끽하며 꼭 서핑을 배워야지. 낯선 곳에서 오로지 서로에게 의지하며 무언가 배우는 시간은 둘도 없이 소중할 것 같다. 혹시 해외여행이 여의치 않다면, 양양의 서피 비치라도 좋겠다.
2030 남성편
1. 라이언 / 26 / 대학원생
‘한강에서 피크닉!’ 우리는 코로나에 갇혀 살고 있다. 마스크 쓴 답답한 삶은 적응하려야 할 수가 없다. 2022년 봄, 마스크를 벗고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풀밭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면 코로나 블루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연인과 함께라면 오죽하랴! 한강을 걷다 끓여 먹는 라면은 별미! 치킨에 맥주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2. 곰개 / 27 / 취업준비생
코로나 시국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붐비는 번화가를 피하게 된 우리는 이제 산골짜기와 도시 변두리 공원으로 도피를 자처한다. 온갖 차박 키트와 캠핑 용품, 밀키트가 가득한 시대에 밖에서 먹고 자는 일은 걱정 없다. 조용한 자연 풍경 속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 멍’을 하다 보면 온전히 둘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을 듯. 화려하진 않지만 지금 시국에 가장 안전하게,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기엔 캠핑이 안성맞춤이다.

3. 패트 / 28 / 디자이너
‘향수 만들기!’ 향기는 무언가 기억하는데,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알고 있다. 평상시 향에 둔감한 편인데, 서로 좋아하는 혹은 취향에 맞는 향을 함께 만든다면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향만큼 취향이 분명한 것도 없으니 조향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다. 아! 여기서 중요한 건 각자가 선호하는 향을 만드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어울리는 향을 추천하며 서로 괜찮다고 하는 향을 찾는 게 포인트.
4. 이주승 / 28 / 취업 준비생
힘든 일을 겪을 때 나오는 태도가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인과 함께 배낭을 메고 도보여행을 하고 싶다.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고 서로 의지하면 더 돈독한 사이가 될 것이다. 힘들었던 만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추억도 없다. 그 과정을 함께 이겨낸 경험으로 둘만의 추억까지 공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5. 종간 / 29 / 취업 준비생
동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연인이 생긴다면, 함께 동물원에 가고 싶다. 가까이서 동물도 보고, 연인과 사진도 찍고, 길거리 음식도 사 먹는 소박한 데이트를 하고 싶다. 빨리 코로나가 끝나 연인과 함께 동물원에 가는 날이 왔으면!
6. 피터 파커 / 30 / 판매원
‘함께 있을 공간 인테리어하기’. 두 사람이 머무는 공간에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것들을 채우며 공유하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작게는 소품부터 크게는 가구, 벽지 등 색감과 디자인을 같이 고민하며, 우리만의 공간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이 또 있을까. 두 사람이 지나온 무형의 시간이 유형의 공간으로 나타난 순간, 성취감은 높아지고 관계는 깊어진다. 계절감과 날씨에 따라 인테리어를 바꿀 일이 많다는 것도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세월을 맞는 재미.
7. 우천시취소 / 30 / 조종사
연인이 생긴다면 함께 해보고 싶은 일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다. 여행은 듣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단어임이 틀림없다. 가본 적 없는 곳으로 연인과 떠나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낯선 풍경을 보는 것은 새롭고 즐거운 자극이 될 것이다. 해외여행은 얼핏 낭만적이고 달콤하게만 들릴 수도 있지만, 연인 간의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기회를 통해 두 사람이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더욱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8. 제이제이 / 31 / 대학원생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있다기보다 자주 만나 함께 일상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물론 멋진 전시회가 열리는 미술관이나 사진 찍기 좋은 예쁜 카페, SNS에 회자되는 맛집 등 다양한 데이트 코스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데이트 혹은 남들이 하니까 으레 따라 하는 그런 피상적인 데이트보다 연인의 집 근처 평범한 식당이나 카페에서 만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일상을 함께하고 싶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랑을 이어가는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진심일 테니까.

9. 여친은유니콘인가요 / 32 / 기자
서울시 구로구에 사는 32세 남성 기자 아무개입니다. 그동안 여자친구가 없어서 또, 코로나라는 핑계와 안타까운 상황으로 몇 년째 가지 못한 여행을 꼭 가고 싶습니다. 취재차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여행하기 좋은 곳, 전국 맛집은 제가 다 찾아 놨습니다. 이제 나타나 주세요 여친님.
10. 주엠라 / 33 / 엔지니어
겨울에 연인과 눈 내린 자작나무 숲을 걷고 싶다. 회색 도시에서 벗어나 새하얀 숲을 좋아하는 사람과 손잡고 걷는다면 지치고 힘들었던 마음이 다시 하얀 백지처럼 새것이 될 것만 같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모닥불을 피우고 같이 별을 보며 이야기하고 싶다. 떨어진 나뭇잎, 가지들을 모아 불에 넣으면 자작자작 타는 소리가 따뜻하게만 들릴 것 같다.
11. son / 34 / 직장인
함께 등산이나 산책,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이기도 하고… 연인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평소 맛집도 자주 찾아다니는 편인데, 자연에서 맑은 공기와 함께 차분한 시간을 보낸 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생각만으로도 거의 완벽한 데이트다.
Illust / @imyourblues